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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38) 순교자를 닮은 신부님 ①

굽이굽이 좁은 골목길로 들어간 대형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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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히 예수님을 닮을 수는 없지만, 순교지에서 순교자의 삶과 신앙을 본받고자 노력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야지! 허허.”

예전에 어느 순교 사적지 순례를 하면서 순교자의 마음을 그대로 닮고자 노력하는 어느 원로 신부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정말 사랑하면 그 대상을 저리도 닮아 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적으로 볼 때에는 외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모든 것을 다 갖추셨지만, 생활 안에서 겸손하고 온유한 사제가 되려고 노력하는 신부님을 보면서 무척 행복했습니다.

그러면서 ‘순교영성’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신을 온전히 비우고자 마침내 생명까지도 아깝지 않게 내어 놓은 순교자들의 곱디고운 사랑의 마음을 닮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시복식은 교회의 공적인 일이지만, 순교자의 삶을 닮아가는 노력은 우리의 몫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그 신부님을 뵌 날은 순교 사적지 순례를 하던 때였습니다.

평소 순례자들을 모시고 순례를 떠날 때에는 미리 답사를 갑니다. 그리고 그 곳과 관련된 순교자 혹은 증거자 분의 삶을 돌아보고, 그 분이 마지막까지 순교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내적인 삶의 원동력을 묵상합니다. 그리고 그 묵상을 주제로 순례 당일 날 신자들과 나눕니다.

그런데 그 순교 사적지는 거리상으로도 꽤나 먼 거리고, 조금은 바쁜 일들이 있어서 답사를 가지 못했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다, 전화라도 드려서 그 곳 순교 사적지에 대해서 미리 필요한 정보를 얻고자 했습니다.

걱정된 마음에 전화를 걸었더니, 다행히 그 곳에 계신 수녀님은 내가 평소 잘 아는 수녀님이셨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아무튼 그 수녀님을 통해 쉽게 순교 사적지 관련 문의를 드릴 수 있었고, 몇 가지 중요한 내용들은 잘 메모를 해서, 비록 답사는 못 갔지만 답사를 간 것 이상으로 안심하고 그 곳으로 순례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순례를 떠나는 날이 왔고, 약속 장소에서 만난 우리 일행은 미리 도착해 있던 대형 버스에 올라타 순교 사적지로 향했습니다. 대형 버스에는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안내하는 음성 장치가 너무나 잘 되어 있어서 기사님과 나는 음성 장치만 믿고 있었습니다.

나는 차 안에서 기도와 함께 준비된 강의를 했고, 그런 다음 자연스럽게 묵상으로 이끌면서 순례지로 향했습니다. 어느덧 목적지에 다 온 것 같은데, 우리가 탄 대형 버스의 음성 장치는 일반 차량도 간신히 한 대가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골목으로 진입하라고 우리를 이끌었습니다.

기사 선생님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운전하시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셨습니다. 그렇게 백 여 미터 거리를 가다가, 마침 마을 분이 지나가기에 기사 선생님이 창문을 열고 물었습니다.

“혹시 이 길로 가다보면 차를 주차하거나, 돌릴 수 있는 장소가 있어요?”

그러자 마을 분이 하시는 말씀은

“이 골목으로 대형 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순간 나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아…, 이거 큰일 났구나!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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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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