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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동정부부처럼 살면 안 되나요?

성생활, 하느님 축복이자 부부행복 필수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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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저는 50대 초반 기혼 여성입니다. 자녀들은 딸만 둘인데 이미 출가해서 현재는 남편과 둘이 살면서 함께 성당도 다니고 등산도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저에게 여러 면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움을 주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남편은 딱 한가지, 제가 스킨십이나 성관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아쉬워 합니다. 저도 언제부터인지 그리고 왜 그런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스킨십이나 성관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때로는 교회사에 나오는 “동정부부들처럼 살면 안 될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신부님, 그러면 안 되는 건가요?



[대답입니다]

자매님께서 현재 남편과의 성관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신도 알지 못하는 어떤 원인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면 그 원인을 찾는 것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더욱이 그것이 신앙에 의한 영향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부부가 성관계를 갖는 시간은 부부의 일생 중 0.1도 안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것에 의해 99.9의 부부관계가 좌우될 수 있답니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분들에게서 자신들이 지닌 우울이나 분노, 부부관계, 자녀와의 관계, 심지어는 신앙생활에서 오는 불만족까지도 성적인 문제에 의해서 발생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것에 의해서 치유가 시작되기도 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몇 해 전 미국에서 행해진 조사에 의하면 신앙심이 깊을수록 성관계 후 후회감이 강하고 오히려 무신론자들의 성생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신앙생활을 하는 동안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만들어지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간과한 채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부 사이에 이루어지는 성생활은 하느님의 축복이며, 개인뿐만 아니라 부부관계를 행복하게 하는 필수 요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신앙인들이 하느님께서 주신 성을 잘못 이해함으로써 자신 스스로도 하느님께서 주신 축복을 누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도 그렇게 만드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제 교회 안에서 숨이 막혀 죽어가는 ‘성’에 인공호흡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교회에서 ‘성’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금기어가 아니라 오히려 시급하게 다루어야 할 주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신앙 안에 어떻게 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죄책감이 생기게 되었을까요? 아주 많은 원인들을 찾을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두 가지 정도로만 압축해 볼까 합니다.

첫째는 ‘성덕’에 대한 편협한 이해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과거에 신앙인들은 사제나 수도자들의 기도, 극기, 희생 등과 같은 삶을 완전한 그리스도인의 모델로서 여기던 때가 있었습니다. 특별히 그들은 모두 독신자들이었고 그들의 영성을 말하면서 ‘독신’이라는 가치가 높이 평가되었습니다. 신자들 역시도 독신을 직접적으로 선택하지는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독신의 삶을 선망했고 그것을 완덕의 길 가운데 하나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처럼 평신도 영성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기에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이런 믿음의 체계들을 배우게 되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신앙심이 깊을수록 자신을 꾸미거나 배우자와의 성적인 관계에 대해서 불편해 하는 모습으로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둘째는 음욕과 관련된 교회의 가르침으로 인해 생긴 두려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세상이 방탕에 빠져있을 때 교회는 “음란한 행위는 하느님을 모욕하는 행위이며 지옥 불에 떨어지는 중죄이면서 동시에 완덕에 이르는 삶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가르침을 주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안에서 음란한 행위와 정상적인 성관계가 구분되지 않은 채 무의식적으로 ‘성’은 두려운 것, 피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했습니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김인호 신부(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gabino@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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