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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동정부부처럼 살면 안 되나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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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저는 50대 초반 기혼 여성입니다. 자녀들은 출가해서 현재는 남편과 둘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저에게 여러 면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움을 주지만 딱 한가지, 제가 스킨십이나 성관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아쉬워 하고 저도 언제부터인지 스킨십이나 성관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때로는 교회사에 나오는 “동정부부들처럼 살면 안 될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신부님, 그러면 안 되는 건가요?(질문요약)



대답입니다

(지난 주 상담 질문에 대해 이어지는 답변입니다.)

어느 날 한 신부님이 복사단 친구들과 중국집에 갔답니다.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꼬마 친구가 얼른 달력을 뒤집어 놓길래 왜 그러느냐고 묻자 꼬마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수영복 입은 사진이 걸려있어서 신부님 보실까 봐 돌려놓았습니다.”

칭찬을 해주었어야 할까요? 신부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하긴 하지만 나이가 19세가 넘은 것은 본당신부님인데 좀 상황이 바뀐 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어떤 신자들은 신부님, 수녀님들을 ‘성이 없는 사람’ 또는 ‘중성’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독신을 살아가는 많은 사제 수도자들 스스로도 자신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잘 살지 못하고 자신들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몸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들에는 남모르게 수치심을 느끼거나 아직 영적으로 덜 영글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신자들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들 스스로를 중성이라고 소개하거나 성적인 생각들이 드는 것에 당황스러워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신자들에게는 그것이 거룩한 생활에 대한 바람과 만나면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그런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려 하기보다 일방적으로 배우자에게 금욕을 강요하거나 면박을 주는 경우도 생깁니다.

자매님, 교회는 사랑을 가르칩니다. 구체적으로 조건 없는 사랑을 주신 예수님을 본받으라고 가르칩니다. 사제와 수도자의 독신은 조건 없는 사랑을 주신 예수님을 더욱 철저하게 따르기 위해서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고 그것을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신자들 역시 예수님의 그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하도록 불리움을 받았지만 ‘독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결혼 생활을 통해 그 몫을 살게 됩니다. 따라서 누군가는 독신을 통해서 누군가는 성을 통해서 자신을 내어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의 구체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성관계입니다. 그래서 성관계는 하느님께서 혼인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신 행복으로 가는 길, 축복의 길입니다. 스킨십과 성관계는 단순히 육체적인 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친밀한 부부 사이의 관계를 전제합니다. 그러한 관계가 전제되지 않을 때 성관계가 불행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성관계 안에서 각자가 지닌 성숙의 정도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성관계를 통해 타인에게 자신을 줌으로써 기쁨을 얻는 것이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성관계를 통해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기 위해 상대를 이용합니다.

자매님, 신앙의 선조들은 성관계를 언급하면서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이라고 가르쳤습니다. 말하자면 창조를 기억하는 ‘주님의 날’은 신자들이 금욕을 행하는 날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창조를 부부간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이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선, 나눔, 봉사, 기도와 더불어 성관계 역시 그런 대열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며 행복과 완덕을 향한 삶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 을 통해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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