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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43) 아이들의 생각을 따라가기

동심의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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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자신의 부모님 칠순 잔치를 정성껏 해 드린 어느 부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부부를 만나자마자 나는 부모님 칠순 잔치가 잘 끝났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부부는 먼저 깔깔대며 웃기만 하더니, 자매님이 먼저 자신의 핸드폰을 내게 보여 주면서 말했습니다.

“신부님, 저희 부모님 칠순 때 모든 사람들을 웃게 만든 초대형 사건이 뭔지 아세요? 그 날 우리 아들 녀석 때문에 하객들이 웃다가 쓰러졌어요.”

궁금해진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습니다.

“글쎄 그 날 잔치 때, 우리 아이가 할아버지 앞으로 가더니, 자신이 쓴 축하 편지를 읽겠다고 하더군요. 그 내용을 좀 읽어 보실래요?”

자매님은 자신의 핸드폰을 통해서 아들이 쓴 편지 내용을 사진으로 찍은 것을 나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사진에는 들쑥날쑥, 큼지막하게 쓴 아들의 편지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사랑해요. 그리고 축하해요. 정말 대단하세요. 과연 저도 그렇게 살 수 있을지 궁금해요.’ 8살 된 아이에게 70살이 되도록 살아온 할아버지가 대단하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그 편지를 읽으면서, 아이의 표현이 너무 웃겨서, 나도 모르게 사랑스러울 정도로 많이 웃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시골에 사는 어느 부부가 얼마 전 서울에 와서 내가 있는 연구소에 들렀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최근 있었던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야기인즉, 집에서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태어난 그 어린 새끼가 죽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부부는 5살 난 딸과 함께 죽은 어린 새끼를 집 근처 밭에 묻어주었습니다. 그 후로 그 집 딸이 그 밭 근처에서 뭔가를 확인하더랍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난 후에 딸이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엄마, 그런데 강아지는 언제 나와요?”

그러자 영문도 모르는 그 엄마는

“무슨 강아지?”

그러자 그 딸은 밭쪽으로 가리키며,

“엄마는 그것도 몰라. 있잖아, 엄마. 어제, 그리고 또 그 다음 어제, 그리고 그 다음 다음 어제, 우리가 강아지를 밭에 묻었잖아. 그러니까 그 강아지는 밭에서 며칠 밤을 자야 나오냐고?”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한 후에야 엄마는 한참을 웃었답니다. 그 집 딸아이는 봄이 되어 밭에 씨를 뿌렸더니, 그 밭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어린 새끼도 밭에 묻었으니, 새싹처럼 밭에서 피어나오는 줄 알았던 것입니다. 기가 막히게 놀라운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아이에게 할아버지 나이 70살은 ‘오래 산다는 것’ 즉 그 이상의 놀라움입니다. 아이에게 밭에 묻은 강아지가 새싹처럼 다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활 교리’ 그 이상으로 의미를 줍니다. 어른의 생각으로 이해하고 판단한다면 아이들이 하는 모든 말은 그저 즐겁고 재미있는 ‘아이스러운 생각’이겠지만, 아이들 편에서 보면 아이들 스스로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의미 있는 생각들입니다. 그러기에 아이들이 말하는 유연하고, 재치 있고, 번뜩이는 말과 마음과 생각들을 때로는 유심히 듣고 잘 헤아려보세요. 그러면 계산적이고, 논리적인 세상의 어른들에게 놀랍고도 번뜩이는 묵상거리들을 안겨줄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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