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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애 엄마가 성당에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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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저는 열심한 신앙인은 아니어도 주일 미사만큼은 빠지지 않는 40대 중반의 남성입니다. 반면에 아내는 매일 성당에서 사는 사람입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다니는데 매일 기도모임과 봉사하러 다닌다고 제대로 돌보지 않습니다. 제가 퇴근한 후에도 아내가 집에 없는 경우가 점점 많아집니다. 처음에는 신앙 때문에 참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심하게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가정에 충실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아내는 그런 저를 하느님의 일을 방해하는 훼방꾼이라고 합니다.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 것일까요?



대답입니다 아내의 심리적 욕구를 먼저 살피세요

가정에 충실해 달라는 형제님의 말씀이나 신앙생활에 좀 더 충실해지려는 자매님의 모습 가운데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살아가면서 일과 취미, 연애와 학업, 소득과 지출처럼 서로 반대되거나 어느 한쪽도 나쁘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균형이 깨어졌기 때문입니다. 신앙인들에게도 신앙생활의 여러 측면에서 특별한 균형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칫 그 균형감이 잘 유지되지 못할 때 본인은 물론이고 다른 이들에게도 어려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으며 가족들이, 동료들이 복음 때문에 서로 갈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복음과 신앙, 진리에 대한 선택이 분열을 의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명확한 선택을 필요로 하는 속성상 분열을 피할 수 없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피할 수 있거나 또 피해야 하는 분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어떤 충돌이나 어려움이 생겼을 때에는 잠시 행동을 멈추어 그것의 진정한 동기가 무엇인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신앙생활에서 찾고 있는 것이 ‘복음의 기쁨’이 아니라 수많은 책임들로부터의 ‘회피’이거나 다른 형태의 ‘보상’일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자매님께서 질문을 하셨다면 위의 답변으로 마무리하려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남편께서 주신 질문이기에 이런 답으로는 오히려 형제님께는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에게 무기를 쥐여준 것과 같이 부부싸움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우선, 형제님께서 자매님의 행동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 속에서 자매님께서 그런 기도모임과 봉사 안에서 찾고 계신 것이 무엇일지를 생각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심지어는 가장 사랑하는 남편과 자녀들에게 소홀하면서까지도 말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영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차원에서도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로, 형제님께서 지니신 균형감에 대해서도 관찰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부부 사이에서 누군가 균형을 잃었다는 것은 늘 상대편 자의 균형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가정과 일터, 남편과 아빠로서, 취미와 일, 영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 그리고 심리적인 것 사이의 균형 차원에서 말입니다.

자매님께서 기도 모임이나 봉사활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을 남편께서 온전히 주실 수 없고 반대로 남편이 찾는 기쁨을 부인 역시도 온전하게 채워 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부부는 자신이 배우자에게 최고의 기쁨이 되어주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해서 부부관계 밖에서 최고의 기쁨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겠다고 다짐한 사람들입니다. 사제와 수도자들이 최고 기쁨의 몫을 하느님 한 분에게서만 찾기 위해 다른 것들에게 최고 자리를 허락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듯이 말입니다. 부부 사이의 많은 문제들이 배우자에게 최고의 기쁨을 주려 하기보다는 받으려는 마음이 커지고, 어느 한쪽이 다른 것들에서 최고 기쁨의 몫을 온전히 채우려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형제님, 지금은 배우자에게 서운함을 토로하기보다는 배우자의 욕구를 읽어낼 줄 아는 지혜로움이 필요한 시기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 을 통해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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