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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과거의 향수’에 사로잡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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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저는 50대 후반의 남성입니다. 얼마 전 가족들에게서 제가 과거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과 입버릇처럼 ‘옛날에’라는 말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전부터 동창회 모임이 잦아지고 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매우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옛날 즐거웠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엔 저도 모르게 허무함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신부님, 제가 왜 그러는 거죠?



대답입니다

현재의 걱정 불만족을 살피세요

“내가 왕년에 주먹 좀 썼지!”, “내가 옛날에는 잘나갔지!”, “내 몸이 옛날에는 지금 같지 않았지!”. 많은 분들이 거짓이 섞인 허풍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내뱉거나 또 비웃으면서도 맞장구를 치게 되는 말들입니다. 우리에게 ‘과거’라는 시간은 힘들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오늘과 내일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약’이 되기도 하고 따스한 마음의 고향이 되어 우리의 성장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데 계속해서 방해를 주기도 합니다. 시간과 관련하여 건강한 사람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자유롭게 대면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현재와 미래를 위해 과거로 들여다볼 줄도 알고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계획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숨기고 싶고 치유 받고 싶은 과거 하나쯤은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과거를 대하는 데 있어서 건강하지 않은 모습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대한 기억 자체를 부정하거나 자신의 구미에 맞게 왜곡하는 경우도 있고 현재를 떠나 자꾸만 과거로 도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그 시간에 늘 머물러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시간과 관련하여 건강하지 않은 모습들이 신앙 안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면서 과거에 집착하는 신앙, 현재만 생각하는 현실주의적 신앙, 미래만 생각하며 현실 도피적 신앙을 살아가는 신앙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형제님의 경우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시간의 균형감을 찾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살아가면서 과거에 대한 향수를 통해 얻는 심리적 위안감이 현실과의 대면에서 오는 불안이나 갈등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주기는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려는 사람의 본성상 자꾸 과거로만 들어가려 함으로써 점점 일상생활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현실과의 대면을 점점 회피하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술과 과거의 만남은 달콤한 환각상태를 만들면서 형제님을 더욱 힘들게 할 수 있으니 주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형제님, 입버릇처럼 ‘옛날에’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어쩌면 현재에 대한 불만족에서 올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옛날을 모두 좋았던 것으로 왜곡하게 되고 그 왜곡은 무의식적으로 현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선 현재에 어떤 불만족 또는 걱정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것을 찾고 또 대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옛날에’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의식적으로 생각을 멈추고 “지금 뭐할까?”라는 질문으로 대체해보십시오. 이러한 질문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자유롭게 오고 가는 능력을 조금씩 회복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반투안 추기경님께서 쓰신 ‘지금 이 순간을 살며’라는 서적을 읽어보시는 것도 형제님께 좋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 을 통해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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