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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전례사목부 교리학교 <4> 기도의 전통, 조규만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

미사는 기도 ‘종합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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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야말로 가장 오랜 우리 교회 전통이다. 미사는 기도의 ‘종합 선물세트’다. 미사는 구약 이스라엘 백성의 파스카를 물려받은 것이다. 파스카는 ‘건너뛰다’는 뜻이다. 파스카 축제는 건넘, 넘이절이라는 뜻에서 나왔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도 “그리스도의 신앙은 일종의 도약”이라고 말씀하셨다.

파스카 축제는 원래 유목민들이 가축 질병이 오더라도 자기 목장은 건너뛰게 해달라는 의미의 제사다. 모세 성인은 이러한 유목민 파스카 축제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유목민이 재산 보호 목적으로 제사를 지냈다면,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자유의 삶으로 건너뛰게 했다.

예수님은 모세의 파스카를 또 다른 차원으로 다시 끌어올리셨다. 단순히 노예 생활을 벗어난 삶이 아니라, 유한한 생명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뛰게 하셨다. 유한한 우리 생명이 예수님의 파스카를 통해 ‘영원한 삶’으로 건너뛰게 된 것이다.

신학자이자 철학자 테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님은 우리가 없었는데 존재하는 것과,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생명이 영원한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 두 가지 기적이라고 하셨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기적을 살고 있다.

예수님 시대에도 내로라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열두 제자 중 7명을 어부 가운데 뽑으셨다. 제자 선발에서도 주님은 우리의 재능 때문에 당신의 도구를 뽑지 않으신다.

사제도 마찬가지다. 다른 신자들보다 잘나고 똑똑해서가 아니다. 저의 동기생 100명 중 하느님은 13명만 사제직을 허락하셨다. 절대 성적순은 아니다. 몸무게순으로 하면 저는 13등 안에는 들 것 같다. 공통점을 찾아보니 어머니들의 지극 정성 덕분이었다. 동창 신부님 중에 어머니 덕분에 사제가 된 이들이 많다. 하느님은 당신의 자유로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는 말씀처럼 우리를 선택하신다.

내가 사제가 된 것은 두 분의 신부님 덕분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판공성사를 보러 조퇴하고 성당에 갔다. 주임 신부님께서 판공성사 1등으로 온 나를 보시고 “신학교 가라”고 하셨다. 나는 “예” 대답했고 판공성사가 그것으로 끝났다. 나는 소신학교 원서 마감 시간을 넘겨 접수했다. 입학이 어려웠을 수 있었겠지만, 마침 새로 오신 주임 신부님이 소신학교 교사 출신이어서 원서를 냈다.

이스라엘 목동들이 양으로 제사를 지냈듯, 우리 조상도 제사를 지내왔다. 예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드린 파스카 제사를 우리 교회 의식으로 받아들이셨고, 최후의 만찬을 미사로 봉헌하셨다. 박해 시대에 우리 교회가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미사였다.

초대 교회 신자들은 집집이 돌며 미사를 봉헌하고 음식 나눴다. 일종의 잔치였다. 안타까운 것은 요즘 우리가 그 잔치를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왕의 아들의 혼인 잔치’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그 기쁨을 못 느끼는 것 같다. 미사가 평생 한 번뿐이라면 얼마나 열심히 할까.

베트남의 우엔 반 투안(1928~ 2002) 추기경님은 13년 동안 감옥 생활 중에 9년을 독방에서 지냈다. 땅바닥과 벽에 자신이 아는 모든 성가와 성경 구절을 써서 노래하고 기도하셨다. 매일 빵 한 조각과 물 한 방울을 손바닥에 올리고 미사를 봉헌하셨다. 그리고 마침내 「희망의 기도」라는 주옥같은 저서 남겼다.

샤르댕 신부님 말씀처럼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는 은총”이 미사성제다. 미사성제를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미사의 은총으로 우리가 하느님 나라로 가는 먼 여행을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리=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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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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