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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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전례사목부 교리학교 <5·끝> 주님의 기도, 조규만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

주님의 기도는 우리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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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기도’는 하느님 나라를 위한 기도다. 하느님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가장 잘 알려주는 기도가 주님의 기도이다. 루카 복음(11,1-4)과 마태오 복음(6,9-13)에 주님의 기도가 나오는데, 표현상 약간 차이가 난다.

어느 신학자는 기도할 줄 아는 이스라엘 백성과 기도할 줄 모르는 이방인들을 위해 따로 쓰였기에 문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을 하느님이라 함부로 부를 수 없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도하는 어떤 형식과 전례에 맞춰 ‘아빠’ ‘아버지’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관용적으로 첨가했을 것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뜻은 땅에도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에 쓴 표현이다. 예수님이 가르쳐주고 싶으신 것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진짜 우리 아버지다. 우리는 땅에 있는 아버지를 통해 주신 하느님의 자식이지, 인간의 자식이 아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로 부르도록 가르쳐주셨다. 종교 사상에 유례없는 혁명이다. 바오로 사도는 성령 없이는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 우리는 성령을 받은 사람들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주님의 기도에서 ‘우리’라는 말에 초점을 두셨다.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도라는 것이다. 공동체가 얼마나 힘이 있는지는 지난 강의 때 말씀드렸다. 그런데 우리는 형제자매가 아닌 ‘친애하는 라이벌’처럼 여긴다. 서로 형제자매일 수 있다면 이미 하느님 나라에 있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 여러분이 형제자매로 부를 수 있는 그 범위까지임을 명심하자.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에서 아버지의 나라는 하느님 나라를 의미한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비유로 말씀하셨다. 겨자씨, 진흙 속에서 발견한 진주, 왕 아들의 잔치 등 무려 41가지다. 예수님이 하느님 나라를 비유로만 표현하신 이유는 우리 인간에게 하느님 나라를 비유로밖에 설명되지 않아서다.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는 구절에서 ‘일용’은 하루 필요한 정도다. 평생의 양식을 주시고자 하지 않으셨다. 매일 기도하라는 의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인들에게 ‘일용할 사랑을 주시고’ 하고 기도하라고 하셨다. 교황처럼 우리는 일용할 사랑ㆍ희망ㆍ믿음ㆍ용기ㆍ지혜를 청하면 좋겠다.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에서 죄가 용서되면 이미 하느님 나라다. 신학교의 한 교수 신부는 늘 주모경 세 번만 보속으로 주셨다. 하느님의 자비로 죄가 용서되기에 그렇게 하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뉘우치는 마음이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데 지치지 않으신다.

주님의 기도야말로 하느님 나라를 위한 기도다. 또 하느님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잘 알려주는 기도다. 하느님이 정말 나의 아버지라고 느낄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에 든다. 형제자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하느님 나라에 든 것이다. 나 자신을 하느님께 내맡길 때, 하느님 나라가 실현된다.

아울러 주님의 기도는 우리의 기도다. 하느님의 자녀가 모두 ‘우리’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누릴 수 있다. 기도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주님의 기도는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을 향한 마음이 되도록 가르쳐준다. 기도가 습관이 되면 의도하지 않아도 뜻을 갖고 마음을 펼쳐가게 할 수 있게 된다.

예수님은 모든 활동을 기도에서 출발해 기도로 마무리하셨다. 예수님이 거룩하게 변모한 모습은 하느님께 기도하는 모습이다. 우리도 거룩하게 변모할 수 있다. 많이 사랑하기 위해서는 기도해야만 한다.

정리=이힘 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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