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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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리 아카데미] 세속화 도전 앞에 선 한국교회

가난한 이들의 교회, 가난한 교회
세상 기준으로 교회 바라보는 신자들
화려한 성전·입교자 수 등에 집착
교회의 사회 참여·비판 막아서며
‘신앙은 개인적인 것’ 주장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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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은 신자들에게는 물론이고 온 국민들에게도 큰 위로와 희망을 준 사건이었다. 아시아 청년들이 신앙의 힘으로 세상의 빛이 되기를 당부하셨고, 시복식에서는 시대와 세상을 이겨낸 신앙의 위대한 가치를 설파하셨다. 시복식 직전에는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의 손을 꼭 잡아줌으로써 사회적 약자에 대한 깊은 연민과 연대를 보여주셨다. 교황님께서는 한국 주교단과의 만남에서, 한국 교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친교를 드러내셨고 동시에 약간의 염려도 숨기지 않으셨다. 그 염려는 한국교회가 물질주의와 세속화의 도전 앞에 서있다는 것이다.

세속화란 일반적으로 사회와 문화의 여러 영역들이 종교적 제도와 사고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일컫는다. 이는 산업화되고 다종교적 상황 안에서 겪는 일반적 과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과정 안에서 교회와 신앙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젖어드는 경향들이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세속화에 따른 세속주의의 유혹이다. 신앙인들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이 복음과 교회의 전통에 따르기보다는 세상의 기준을 따르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크고 화려한 성전을 추구하고 입교자의 숫자에 집착하는 선교로 드러난다. 교회의 일은 능률과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의 일처럼 여겨지고, 신앙인의 삶은 성공과 권력이라는 기준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교회 공동체는 한갓 사교 모임으로 변하게 된다.

또한 신앙과 복음을 사유화하는 흐름이 있다. 이것은 신앙과 복음을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으로 제한하려는 생각이다. 복음의 공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을 애써 무시하고 신앙과 교회는 개인의 마음과 영혼만 어루만져주면 될 일이지, 사회를 비판하거나 사회 문제를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흐름에 젖어드는 것이다.

이러한 세속주의와 신앙의 사유화 흐름은 곧바로 종교의 시장화(marketization)와 번영의 신학으로 이어진다. 교회의 메시지라는 상품은 자연스레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는 자기 입맛대로 상품을 취사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이 길은 ‘예수 믿으면 성공’이라는 ‘번영의 신학’으로 끝맺는다. 종교, 또는 교회가 인간의 욕망을 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욕망을 부추기게 되는 셈이다.

교황님의 핵심을 꿰뚫는 통찰에 따르면, 이러한 흐름에 교회가 도전받는 가장 깊은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과의 연대가 없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대가 없는 교회 공동체는 사교 모임으로 변하게 되고, 예언자적 누룩을 잃어버리며, 부자들을 위한 부유한 교회, 웰빙의 교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갈림길 앞에 서있는 한국교회가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지 교황님께서는 한국의 주교님들께 살짝 해답을 보여주셨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연대는 교회의 풍부한 유산인 사회교리를 바탕으로 한 강론과 교리교육을 통하여 신자들의 정신과 마음에 스며들어야 하고, 교회 생활의 모든 측면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이들의 교회,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라는 사도 시대의 이상은 여러분 나라의 첫 신앙 공동체에서 그 생생한 표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상이 미래를 향해 순례하는 한국 교회가 걸어갈 길에 계속 귀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주교들과의 만남’ 연설)



이동화 신부는 1998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09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노동사목을 담당하며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사목하고 있다.


이동화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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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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