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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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아의 수난·죽음 통해 정화되리라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69) 즈카르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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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카르야 예언자가 선포한 메시아는 수난과 죽음을 통해 백성을 정화하고 죄로부터 그들을 구원하는 분이시다. 이 메시아는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구체적으로 일치한다. 미켈란젤로, ‘즈카르야 예언자’, 1508~1512년, 시스티나 소성당, 바티칸.


히브리어 즈카르야는 ‘자카르’(기억하다) 동사에서 파생한 고유명사로 우리말로 “야훼께서 기억하신다”란 뜻입니다. 구약 제1경전 「타낙」의 ‘즈카르야’를 음차해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은 ‘Ζαχαριαs’(자카리아스),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Zacharias’,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즈카르야서’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구약 성경은 즈카르야서를 하까이서 다음으로 배열해 놓았습니다. 즈카르야가 하까이 예언자 바로 뒤이어 활동하기 때문입니다. 즈카르야는 ‘다리우스 제이년 여덟째 달’인 기원전 520년 10~11월, 곧 하까이 예언자가 마지막 신탁을 선포하기 한 달 전에 예언 활동을 시작합니다.(1,1; 하까 2,10.20) 그리고 그는 기원전 518년 11월까지, 곧 기원전 515년 새 성전이 봉헌되기 3년 전까지 활동합니다.(7,1) 즈카르야는 이스라엘 백성의 성실성에 호소하고 미래에 대한 하느님의 약속을 선포하며 성전 재건 운동을 촉구한 하까이의 예언을 강화합니다. 그리고 즈카르야는 하까이처럼 성전 재건과 하느님의 구원을 예언하지만 하까이와 달리 “종말이 임박했다”고 선포합니다.

즈카르야는 ‘이또의 손자’(1,1.7) 또는 ‘이또의 아들’(에즈 5,1; 6,14)로 성경에 소개됩니다. 그리고 그는 이또 집안의 우두머리 사제였습니다.(느헤 12,16) 그래서 그는 거룩한 땅의 정결과 거룩함을 염려하고 성전의 역할을 강조할 뿐 아니라 기념 단식의 존폐와 제의에 관해 자문받아 하느님의 답을 전합니다.(2,16; 5,5-11; 7,1-3; 8,18-19)

즈카르야는 여느 예언자들처럼 이스라엘 백성의 회개를 호소합니다.(1,3-6; 7,4-14; 8,16-17) 환시 역시 이전의 예언자들에게 영향을 받습니다. 그의 환시 대부분은 아모스서 7장과 또 ‘측량줄을 쥔 천사’(에제 40,3-4)와 ‘날아다니는 두루마리’(에제 2,9-10)는 에제키엘서와 연관돼 있습니다.

즈카르야서는 소예언서 가운데 가장 긴 분량인 14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또 제1ㆍ2ㆍ3 이사야로 구분하는 이사야서처럼 즈카르야 예언자의 정통을 잇는 2개의 작품이 묶어져 완성된 경전입니다. 이를 성경학자들은 ‘제1즈카르야서’(1─8장)와 ‘제2 즈카르야서’(9─14장)로 구분합니다. 이 두 부분은 ‘머리글’을 통해 구별합니다. 제1 즈카르야서의 머리글은 하까이서처럼 특정한 날짜와 신탁의 정식이 드러납니다. “다리우스 제이년 여덟째 달에 주님의 말씀이 이또의 손자이며 베레크야의 아들인 즈카르야 예언자에게 내렸다.”(1,1) 반면 제2 즈카르야서의 머리글은 단순히 “신탁”(9,1)으로 시작합니다.

제1 즈카르야서는 다시 ‘여덟 개의 환시’(1─6장)와 ‘참다운 단식과 메시아 왕국의 도래’(7─8장) 내용으로 구분됩니다. 8개 환시는 이민족의 지배를 받는 당신 백성을 해방하고 새로운 성전과 함께 메시아를 통한 구원의 시대를 열어 줄 것이라는 하느님의 약속을 전합니다. 그중 3개의 환시는 조상들처럼 되지 말고 회개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고, 나머지 5개 환시는 아직도 바빌론에 있는 유다인들에게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성전 재건에 참여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즈카르야는 바빌론 포로생활에서 귀환해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유다인들이 단식하거나 축제를 지키는 것은 모두 이기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질책합니다. 단식일들을 더 이상 지킬 필요가 없고, 그날들은 오히려 즐거운 축일이 되고, 바르게 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는 예루살렘은 구원된 세상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제2 즈카르야서 역시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메시아 도래에 대한 희망’(9─11장)을 전하는 전반부와 ‘예루살렘의 종말론적 재건’(12─14장)을 예언하는 후반부입니다. 전반부는 하느님께서 개입하시어 모든 민족을 정화한 후 모든 이가 하느님 백성으로 합류할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이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메시아께서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설 것입니다.(9,9-10) 그러나 그 전에 세상의 많은 민족이 하느님과 전쟁을 치를 것이며 그 전쟁이 끝나면 흩어졌던 백성이 모이게 될 것입니다.(9,11-17) 또 참된 목자이신 분이 목자 없는 양 떼처럼 헤매며 고생하는 백성을 몸소 보살피시기 위해 오십니다.(10,1-2) 그는 거짓 목자들을 쳐부수고 흩어진 양 떼를 모아 재건하실 것입니다.(10,3-11,17)

후반부는 하느님께서 회개하는 이스라엘을 보시고 이스라엘을 정화하십니다.(13장) 이민족들의 승리라는 고통을 통해 예루살렘이 새로 태어남으로써 정화는 완성됩니다. 이제 예루살렘은 새 백성의 중심지가 되고, 하느님을 예배하기 위해 모여드는 신앙의 중심지가 될 것입니다.(14,1-21)

제2 즈카르야서의 중요성은 메시아에 대한 기다림을 희망으로 제시한 데 있습니다. 특히 12,1─13,6은 메시아의 희생을 통한 다윗 왕조의 재건을 시사합니다. 제2 즈카르야서에 등장하는 메시아는 ‘겸손하시어 나귀를 타고 오시는 분’(9,9) ‘찔려 죽은 이’(12,9-14)의 모습입니다. 제2 즈카르야서가 선포하는 메시아는 수난과 죽음을 통해 결국에는 백성을 정화하고 죄로부터 그들을 구원하는 메시아십니다. 이러한 메시아의 모습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과 구체적으로 일치합니다. 신약 성경 특히 네 복음서는 이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리길재 선임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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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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