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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백성 사로잡은 서학 교리서, 현대인 교양서로 재탄생

마테오 리치 신부 한문 천주교 교리서 10년 넘게 언문 해독 과정 거친 역작 주석목록본과 일반인 위한 한글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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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리마두, 1552∼1610)가 한문으로 쓴 천주교 교리서인 「천주실의」 주석목록본 「天主實義ㆍ텬쥬실의」(한국사학) 상ㆍ하권과 「천주실의」(어진이) 한글판이 출간됐다. 한국사학연구소 노용필(다니엘, 서울 전농동본당) 소장이 10년 넘게 언문 해독 과정을 거쳐 펴낸 역작이다.

마테오 리치가 중국에 천주교를 전파하기 위해 마카오에 첫발을 디딘 때는 1582년. 감옥에 억류되는 등 천신만고 끝에 북경 거주가 허용되자, 그는 1603년 「천주실의」 초판을 발행했다. 「천주실의」는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었고,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했다. 1609년까지 4판이 발행됐고, 그중 2개의 판본은 천주교 교인이 아닌 이교도에 의해 출판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천주실의가 조선에 처음 수용된 초기에는 필사본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승정원일기」에는 서학이 서울에서 먼 시골에 이르기까지 이르지 않는 곳이 없으며, 어리석은 농사꾼과 무지한 시골 아낙네라도 언문으로 그 책을 베껴 신명처럼 받든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천주실의」는 조선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조선에서는 중국에서 유행하던 주석목록본 「천주실의」를 수용해 곧 언해하고 필사한 「텬쥬실의」가 크게 유행했습니다. 언해필사본 「텬쥬실의」는 언문 해독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는 문자 그대로 ‘복음’을 접하는 감흥을 불러일으켜 자기 손으로 직접 베껴 지니며 애지중지하며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언문을 깨치지 못한 이들에게는 언문을 깨쳐 술술 읽어내려가는 이들이 야속하다고 느낄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 되었을 겁니다.”

「천주실의」는 조선 후기에 가장 많이 읽힌 천주교 교리서로, 8편 174항목으로 구성돼있다. 서양학자와 중국학자가 대화를 통해 토론하는 형식이다.

서강대에서 사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국사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노 소장이 천주실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1년이었다. 당시 가톨릭대 인간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임용된 노 소장은 서울대학교 출판부에서 발간한 국역본 「천주실의」(1999)를 접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천주실의 국역본이었다. 6명의 철학자와 사학자들이 공동 번역한 책으로 한문본 영인본도 실려 있었지만 읽기가 어려웠다.

“대학에서 30년 넘게 선생을 했는데, 학생들에게 천주실의를 읽어보라고 권할 수가 없었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한자가 있어도 권할 수 있었지만 내용이 어려워 읽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거예요. 국역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6년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천주실의 번역 작업을 이어갔다. 한문을 저본으로 삼아 언해필사본을 대조하면서 국역을 해 나갔다. 아내 곽정희(마리아)씨와 딸 노두리(아가타)씨의 전폭적인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아내는 번역본 한글 부분을 타자하는 작업을 도와줬고, 문헌정보학을 공부한 딸은 수차례 교정을 봐줬다.

주석목록본 「天主實義ㆍ텬쥬실의」는 한문 원문과 함께 언해필사본의 언해문을 차례로 실었다. 이 둘에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교주’란에 따로 정리했다. 이를 토대로 국역을 정리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여기서 국역만 따로 모은 한글판 「천주실의」는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로 내놨다.

노 소장은 이 2종의 책과 함께 「朝鮮後期天主學史硏究(조선후기천주학사연구)」도 함께 펴냈다. 2008년에 펴낸 「한국천주교회사의 연구」, 「한국 근ㆍ현대 사회와 가톨릭」에 이은 3부작 중 하나다. 조선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책들을 중심으로 천주학에 관련된 조선 후기의 역사를 연구한 글을 모았다. 지난 4월에는 노 소장이 쓴 「한국천주교회사의 연구」가 중국어로 출간됐다. 중국 복경외대 장서평 교수와의 인연이 출간까지 이어졌다. 노 소장은 2016년 베이징에서 마테오 리치를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언해필사본 천주실의’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노 소장은 “시련이 너무 많았지만 이끌어주신 하늘의 주재자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며 “신앙인들이 관심 있게 읽고 묵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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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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