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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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할 수 없는 성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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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과연 존재할까.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1972년 일반 알현에서 이같이 설명한다. “악은 더 이상 결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고, 영적이며, 타락하고, 타락시키는 존재의 실체입니다. 끔찍하고 불가사의하며 두려운 현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주님의 기도 마지막 구절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의 악은 추상적인 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정확히 옮기면 악한 자 이다”라며 “예수님께서는 악마의 힘이 우리를 지배하지 않도록 악마에게서 우리를 구해 달라고 날마다 간청하고 가르치셨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과 가정, 공동체를 파괴하는 악을 피할 수 없을까.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악마는 인간의 의지를 직접 부추기지 않고 인간의 의지를 설득할 뿐”이라고 단언한다. 인간이 자유 의지로 스스로 악마를 따르겠다고 선택하지 않는 이상, 악마는 절대 인간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아르장퇴유 생 드니 대성당 담당 사제인 기 에마뉘엘 카리오 신부는 구마 사제로 활동하며 악의 세력에 시달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구마 사제로서의 경험은 악에 맞설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도록 이끌었다. 그 방법은 바로 ‘영적 투쟁’이다. 그리고 카리오 신부는 영적 투쟁을 도울 수 있는 방법으로 성채 이론을 제안한다. 카리오 신부는 “성채 이론은 악마의 특징적인 공격을 받고 있거나,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이론이 아니다”라며 “일상 안에서 유혹을 마주친 적이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이론”이라고 설명한다.

‘하느님을 향하도록 이끌어 주는 기도이자 수련’인 성채 이론은 총 9단계로 구성됐다. 도시를 눈앞에 그려보는 데서 시작해 기도하고 감사하는 단계로 끝나는 이 이론에 대해 카리오 신부는 “성채 이론을 적용했을 때 좋은 점은 적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밝힌다. 아울러 “혼자 있는 우리보다 적이 더 강하다는 원칙에서 출발하여 설령 적을 내쫓기 위해서라도 적을 바라보며 말을 거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성채 이론을 설명하기에 앞서 카리오 신부는 영적 투쟁의 중추가 되는 장소를 설명한다. 직장, 거실, 식당, 침실, 도서관, 극장, 성당 등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공간에서 등장하는 악의 요소들을 설명하고 각각의 장소에서 생각해볼 문제를 제안한다. ‘일터에서 나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음식을 탐하거나 술, 담배에 지나치게 빠져 있지 않은가’, ‘자신의 뜻과 맞지 않다고 여기며 하느님을 멀리한 적은 없는가’ 등 악의 유혹을 받았던 순간을 되짚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이어 성채 이론을 적용해 도시를 수호할 수 있는 방법도 3장에서 설명한다. 아울러 비범하거나 평범한 행동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악마의 공격에 대해서도 다룬다. 특히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유혹은 악마의 평범한 행동이다. 일상 속에서 귀와 눈을 통해 나쁜 행동을 하라고 부추기기 때문이다. 선이라는 가면을 쓰고 악을 제안하는 악마의 유혹. 이에 맞서기 위한 방법으로 카리오 신부는 “성벽 위에서 하느님의 성을 향해 돌아갈 때마다 우리의 틈은 보강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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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4-0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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