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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서재] 「정지용 전집 1 - 시」(민음사)

민족주의·현대성 추구·신앙, 세 가지 어우러진 작품들 선보여/ 믿음·기도 강조한 독실한 신자/ 130여 편 작품과 번역시 통해/ 시인의 시 세계 만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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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슴은/ 조그만 ‘갈릴레아 바다’

때 없이 설레는 파도는/ 미(美)한 풍경을 이룰 수 없도다.

예전에 문제(門弟)들은/ 잠자시는 주(主)를 깨웠도다.

주를 다만 깨움으로/ 그들의 신덕은 복되도다.

돛폭은 다시 펴고/ 키는 방향을 찾었도다.

오늘도 나의 조그만 갈릴레아에서/ 주는 짐짓 잠자신 줄을-.

바람과 바다가 잠잠한 후에야/ 나의 탄식은 깨달었도다.


정지용(프란치스코·1902~1950년(추정)) 시인의 시 ‘갈릴레아 바다’의 전문이다. 이 시에서와 같이 시인은 평소 신앙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과 기도 생활이라고 강조해왔다. 독실한 가톨릭신자이자 순수시인이었던 그는 납북됐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한국시문학사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1987년 이후 해금된 그의 시는 우리 곁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 한국 현대시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게 한다.


「정지용 전집 1 - 시」(282쪽/1만 3000원/민음사)는 130여 편의 작품과 번역시, 작품 해설 등을 담아 시인의 시 세계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도록 꾸민 책이다. 시집에서는 ‘임종’, ‘갈릴레아 바다’, ‘별’, ‘은혜’, ‘나무’, ‘불사조’, ‘승리자 김안드레아’ 등 시인의 종교적 심성을 담아낸 다양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월간잡지 「가톨릭청년」을 통해 대중들에게 처음 선보인 시작들이기도 하다.

시인은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으며, 일본 유학 시절엔 개신교회를 다니던 중 스스로 가톨릭교회를 찾아 세례를 받았다. 이후 시인은 가톨릭신앙 안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구했고, 그 신앙을 삶의 지표와 정신의 최고 지향점으로 삼아왔다.

시인은 한국 시각적 서정시의 개척자, 한국 현대시를 새롭게 출발시킨 인물 등으로 평가받는다. 1930년대 들어 한국 현대시가 보다 성숙한 표현방법을 그려내던 때, 시인은 한걸음 더 나아가 감정을 감각화하고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새로운 시 표현의 방법을 개척했다. 또한 그의 작품은 서양 모더니즘의 영향권에서 출발했지만 그 이상을 추구, 동양적인 흐름과 우리 전통문학과 맞닿아 있다.

이와 관련해 김지하 시인은 “정지용 시인은 감성적으로는 민족주의자, 이성적으로는 모더니스트, 영성적으로는 가톨릭이라는 세 가지 성질을 갖고 있었지만, 그의 시에서는 이 세 가지가 서로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다”고도 말한 바 있다.

(한국가톨릭문인회 추천)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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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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