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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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희 신부의 영화 속 복음 여행] <18> 영화 속에 나타난 "인간몸"에 대한 천사들의 찬사-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 외 영화들

''''지금 이 순간'''' 느낄 수 있는 인간 육체의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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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티 오브 엔젤`에서 인간의 몸을 통해 물의 차가움을 느끼는 천사 세스.
 
 
  1. 영화 속 천사들은 성경 속 천사들과 어떻게 다를까? 우선 성경 텍스트를 재현한 `예수 영화(Jesus Story)`에서 천사는 예수님 탄생을 알리는 가브리엘 천사나 부활한 예수님의 빈 무덤을 지키는 천사들로 등장해 비교적 성경에 충실한 모습으로 나온다. 그 외 영화 속 천사들은 주로 사람들을 돕는 수호천사 역할이나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개입되는 존재로 등장하곤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들 천사 역할은 카메오처럼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역할에 불과했다.

 그러나 `베를린 천사의 시`(Wings Of Desire, 1987)가 나온 이후로 이제 천사들은 영화 속에서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대표적 영화가 브래드 실버링 감독의 `시티 오브 엔젤`(City of Angels 1998), 마틴 브레스트 감독의 `조 블랙의 사랑` (Meet Joe Black, 1998), 노라 애프론 감독의 `마이클 (Michael, 1996)` 등이다.

 이들 영화들은 한 가지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는데 천사와 인간이 지닌, 영적 속성과 육적 속성, 무한과 유한, 관조와 개입이라는 이항대립적 구도에서 천사와 인간을 비교하면서, 동시에 유한한 인간이 지닌 몸의 속성과 그 몸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오감(五感)의 축복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인간이 되어서 처음 커피를 마시는 천사 다미엘.
 
 
 2.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오는 천사 다미엘과 카시엘은 인류가 탄생했을 때부터 지상에 자리를 잡고 그것을 지켜본 이들이자, 사람들 곁에서 용기와 희망을 주는 수호천사다. 그들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을 회상한다. 베를린 콘크리트 제방에 선 그들은 원시 시대의 강물이 강바닥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회상한다.

 또 빙하가 녹아내리는 긴 세월의 흐름을 잔잔하게 기억하며 들려준다. 그리고 천사들의 역할은 도시의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과 그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다. 그들은 종종 도시의 천사동상 어깨 위, 빌딩 옥상 같은 높은 곳에 있기도 하지만, 사고를 당한 희생자를 위로하거나 자살하려는 청년의 어깨에 손을 얹기 위해 지상에 내려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

 실제 천사 카시엘은 다리 위에서 자살하는 청년을 저지하지 못한다. 단지 곁에서 희망의 가능성을 주거나 인간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주기 위해 머리나 어깨 위에 손을 얹어 놓는 정도이다. 인간에게는 본인 스스로 선택할 몫, 자유의지가 있기에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 영화는 늘 지켜보기만 하지 직접 인간들의 삶에 개입할 수 없는 천사의 세계를 흑백화면으로 표현하고, 인간의 세계는 컬러 화면으로 표현한다.

 천사들은 인간들 세계 속에 존재하지만 인간들의 육체와는 다르다. 때때로 순수한 아이들에게 그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세상에 존재하면서도 인간과 다르다. 그런데 이들 천사 중에 다미엘이 인간들이 느끼는 것들에 대해 느끼고 싶어 하는 욕망을 느낀다. 또 그가 늘 지켜보기만 했던 곡예사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는 높은 곳에서 그대로 뛰어내린다. `추락천사`가 되어 날개를 잃고 천사의 능력을 상실한 인간이 되어 이제 사랑, 고통, 질병, 죽음이 있는 유한한 세상사 속에 뛰어든 것이다.

 영화는 천사 다미엘이 세상사에 뛰어내려 인간이 된 이후 사랑에 빠진 곡예사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천사 다미엘이 `단 한 번의 만남이었지만 영원이었다`는 것과 `그날 밤의 일은 죽을 때까지 남을 것이다`는 말로써 그가 영원을 포기하고 유한한 시간에 들어왔으며, 그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암시와 함께 인간이 되고 싶었던 천상의 욕망을 말해준다.

 `베를린 천사의 시`가 천사에 대한 한편의 시이자, 철학적 명상이라면, 헐리우드의 `시티 오브 엔젤`은 한편의 이야기이자, `베를린 천사의 시`에 대한 해설이다. `베를린 천사의 시`를 리메이크한 `시티 오브 엔젤`은 오리지널 영화가 암시했던 요소들을 조목조목 명확하게 밝혀놓고 있다.

 영화 속 천사 세스는 환자의 죽음으로 슬럼프에 빠져 방황하는 의사 매기 곁에 머물며 위로하고 주목하는 사이에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혹된다. 마침내 그는 그녀 앞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들은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고 영혼의 느낌을 교류하지만, 매기는 그가 만지는 느낌이나 그로 인한 오감의 느낌을 가질 수 없는 영적 존재라는 사실에 혼란에 빠진다. 결국 천사 세스는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오는 천사 다미엘처럼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려 피를 흘리고 고통을 느끼는 인간의 모습으로 매기를 찾는다.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둘이라고 하는 것의 놀라움, 남과 여의 놀라움, 바로 그것이 나를 인간으로 만들었다`는, 또 `단 한 번의 만남이었지만 영원이었다`는 천사 다미엘의 모호한 고백은 천사 세스와 매기에 의해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매기는 세스에게 줄 오감의 축복인 음식을 사가지고 오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결국 매기는 죽게 되고, 세스는 인간이 되어 혼자 남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허탈한 죽음 앞에서 그는 말한다. "난 후회하지 않아, 그녀의 머리향기, 그녀의 입술과 그녀의 손길을 느끼는 게 영원히 사는 것보다는 나아, 단 한번이라도."

 영화 `조 블랙의 사랑`에서도 죽음의 천사가 인간사를 들여다보며 인간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그들이 몸으로 느끼는 열정과 정서를



가톨릭평화신문  201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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