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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영성] 20. 황혼의 미학 (하)

나이 들어 침묵하는 사람에겐 평화 흘러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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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셀름 그륀 신부 지음/분도출판사)
 

   잘 늙어가려면 고요해질 수 있어야 한다. 삶과 죽음의 신비 앞에서 조용해져야 한다. 나이가 들어 침묵하는 사람들에게선 평화가 흘러나온다. 그들은 고독하다고 푸념하지 않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과거를 되돌아본다.

 회상은 과거에 얽매여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지금 기억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죄의식으로 괴로워하며 과거를 회상한다. 상처받은 일과 기회를 놓쳐버린 일들만 회상한다. 그런 회상은 사람을 의기소침하게 한다.

 반면 상처를 아물게 하는 유익한 회상도 있다. 옛 상처를 들춰내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가 아물도록 하는 회상이다. 노인들이 회한이나 타인에 대한 비난 없이 옛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거기에는 이미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효력이 담겨 있다. 감사하며 지난 일을 회상하는 사람은 침묵하는 사람이 된다. 그에게서는 고요함이 흘러나온다.

 안셀름 그륀 신부는 "고요한 사람은 일상의 소란 가운데서 다른 이들의 조급함까지 조용하게 하는 쉼터와도 같다"면서 "수도원의 침묵하는 원로 수도자들은 공동체를 위한 축복이며, 공동체가 고요해지도록 돕는다"고 했다. 침묵의 절정은 하느님 앞에서 고요해지는 것, 하느님의 불가사의한 사랑에 자기를 온전히 맡기는 것이다.

 노인이 해야 할 마지막 영적 도전은 죽는 연습이다. 그분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 내가 늙어간다는 사실, 또래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 점점 고독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죽음을 자기 인생의 완성이며, 하느님 가운데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만이 노년을 평정한 마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이들은 노년에도 활기차게 산다.

 그륀 신부는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죽으셨다. 죽음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헌신으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을 위한 축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를 신앙 가운데서 견뎌내면 죽음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잘 죽는 길은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을 위해서 죽을 때 열린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하느님 안으로 들어감을 주저하지 않으면 우리 삶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열매 맺게 된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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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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