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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서재] 고(故) 성찬경 시인의 시집·산문집 「황홀한 초록빛」, 「먹을 수 있는 보석」

시·산문으로 빚어낸 신앙 체험·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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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6일 지병인 심장마비로 선종한 고(故) 성찬경(사도요한·1930~2013) 시인은 생전에 글쓰기는 ‘빈약하기만 한 신앙고백’이자 ‘유일한 사랑 나누기 방법’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서울대 영문과에 재학 중이던 1956년, 스물일곱 살의 나이에 조지훈 시인의 추천을 받아 「문학예술」에 ‘미열’, ‘궁’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60년대 사화집」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아무도 나를’, ‘다빈치의 독백’, ‘삼신 할머니’ 등의 작품을 발표해 주목 받았다.

이후 첫 시집 「화형둔주곡」을 발간한 이래 「벌레소리송」, 「시간음」, 「황홀한 초록빛」, 「그리움의 끝을 찾아서」, 「묵극」,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 등의 시집과 시선집 「영혼의 눈 육체의 눈」, 「소나무를 가림」 등을 펴냈다.

특히 시인이 남긴 작품들 가운데 시집 「황홀한 초록빛」과 산문집 「먹을 수 있는 보석」은 ‘신앙’을 주제로 다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 2008년, 시인은 1988년에 출간했던 자신의 신앙시집 「황홀한 초록빛」(프란치스코출판사/308쪽/1만 원)을 20년 만에 재출간했다. 시집에는 ‘첫 영성체’, ‘루르드의 자정미사’, ‘갈릴래아의 호수’, ‘피에서 피어오른 영광’, ‘말씀의 시’ 등 전체 5부로 나눠 92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고(故) 구상(세례자 요한· 1919~2004) 시인은 1982년 당시 성 시인의 부탁으로 적은 서문에서 “성찬경의 시는 가톨릭이라는 구체적 신앙의 실천과 그 체험을 통해 자기 구제를 확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신비한 신생(新生)과 성장으로서 모든 사물의 신령성에 눈 떠 있다”고 말했다.

시인은 2년 뒤인 2010년, 여러 매체에 기고문으로 쓴 산문들을 모아 산문집 「먹을 수 있는 보석」(위즈앤비즈/296쪽/1만 원)을 선보였다.

산문집은 크게 5부로 나뉜다. 1부는 시인이 지난 2007년 「참 소중한 당신」의 ‘발견의 기쁨’에 연재한 산문들이다. 2부는 시인이 「사목정보」에 ‘아들 사제(성기헌 신부·서울대교구)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편지’란 제목으로 2008년부터 1년간 연재한 서신으로 꾸며졌다. 4부에는 그가 1999~2000년 「새가정」지의 ‘명상의 오솔길’에 게재한 글이 실렸다. 또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발표한 글은 3부와 5부에 모았다.

‘쌀알 몇 톨을 들여다본다. 볼수록 그 신비한 생김새와 빛깔에 넋을 잃는다. 반투명의 쌀알의 깊이를 헤아리려 하다가 그만 상념의 시공(時空)에서 길을 잃는다. 세상에 이런 보석이 있는가. 이 보석은 먹을 수 있는 보석이다. 이 보석은 살아 있는 보석이다. 그 자체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생명의 진기가 득실 고여 있다. 세상에 이보다 귀한 보석이 있는가.” (‘먹을 수 있는 보석’ 중에서)

시인은 책을 통해 자신의 삶과 신앙에 대한 담담한 성찰을 전한다. 특히 내면과 명상, 존재, 행복 등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신앙에 대해 살펴본다.

지난 2000년, ‘나의 사순절’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인은 “사순시기 육신의 힘겨움 가운데 예수가 진 십자가의 무게를 나눠서 지는 느낌을 갖는다”며 “사순절 시기야말로 마음의 가난을 찾기 좋은 때”라고 말했다.

부활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남은 사순 시기, 시인이 남긴 시와 산문들을 통해 마음의 가난을 찾아보는 것을 어떨까.


조대형 기자 (michael@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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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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