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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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서적33권읽기] 편집장의 독설- 송향숙 가톨릭출판사 편집국장

“책을 통해 세상을 배워나갈 수 있었죠”/ 책은 살아가는데 필수인 “생명”/ 삶의 풍요·내면세계 성장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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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너에서 말하는 ‘독설’은 남을 사납고 날카롭게 매도하는 말을 뜻하는 독설(毒舌)이 아니다. 읽을 독(讀), 말씀 설(說) 즉, ‘독서에 관한 이야기’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온종일 책과 호흡하고 씨름하는 교계 출판사 편집장들에게 독서는 어떤 의미일까. 그들의 집무실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장의 讀說(독설)’ 첫 번째 주인공인 송향숙(그레고리아) 가톨릭출판사 편집국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중림동에 있는 그의 집무실을 찾았다. ‘설(說)’에 의하면 편집국장실이 가톨릭출판사 건물 내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고 한다. 소문 그대로 창문 전체를 덮고 있던 블라인드를 걷으니, 5월 햇살을 듬뿍 먹은 고즈넉한 중림동 약현본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덩달아 창문 반대편 벽 한 면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그의 책장에도 빛이 닿아, 여느 북카페 부럽지 않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송 국장에게 책이란 ‘삶’ 그 자체이다. 1986년, 생활성서사 편집기자로 교계 출판사에 처음 몸담은 이후 햇수로 25년을 훌쩍 넘겼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 간 책들은 셀 수 없을 정도. 하지만 늘 글자 속에 살면서도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없는 것은 해소되지 않는 아쉬움이다. ‘봐야만’ 하는 책이 많아질수록 개인적인 독서시간은 줄어든다.


 
▲ 가톨릭출판사 송향숙 편집국장이 집무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86년 교계 출판사에 몸담은 이후 25년을 훌쩍 넘기기까지 그의 손을 거쳐간 책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는 “책을 읽으면 삶이 풍요로워지고, 내면세계를 성장시켜 준다”고 말한다.
 
 
책과의 인연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에게 책은 일찍 여읜 아버지를 대신한 소중한 존재다. 호기심 많은 그를 앉혀두고 다정하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던 아버지를 그는 유난히 따랐다. 그런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재 이후 그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배워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읽었던 「어둔 밤」, 「대 데레사 자서전」 등은 그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책들이다. 독서는 당시 의심 많았던 그의 신앙을 견고히 잡아줬을 뿐만 아니라 증명할 수 없는 커다란 세계가 있음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의 책에 대한 동경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클릭 한 번이면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알고 싶은 주제가 생기면 책부터 찾아 정독한다고 말했다.

“저는 편집 말고 다른 것들은 재주가 없는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어떤 문제나 어려움이 있을 때는 대부분 책을 통해 해결하려고 해요. 인터넷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다소 표피적이라는 생각이 있어요. 아직은 책이 주는 신뢰감과 깊이감이 더 큽니다.”

우리들의 관심을 뺏는 것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펼쳐서 직접 읽어야 하는 책은 어떻게 보면 가장 불친절한 매체이다. 그래서일까. 책은 점차 어렵고 따분한 것으로 치부된다. 그가 생각하는 독서의 필요성은 무엇일까.

“제 경우도 너무 피곤하면 책이 아닌 텔레비전을 켜게 돼요. 하지만 책은 살아가는데 필수인 생명과도 같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 삶이 풍요로워지고, 내면세계가 성장한다고 믿고 있어요. 일반 책들의 경우, 책의 사명을 버리고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신심서적은 돈벌이가 되지 않더라도, 펴내야 할 책은 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신심서적 중에서도 우리가 가진 기복적 심성을 자극해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되는 책들도 있죠. 그러니 그런 책은 잘 분별해야 하겠죠. 독자 여러분도 자신에게 꼭 필요한 책을 찾아 읽기를 바랍니다.”



■ 내 인생의 책은

「돌아보면 발자국마다 은총이었네」(이현주/생활성서사/1995)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발자국마다 은총이었음을 고백하는 이현주 목사의 회고록. 이 책에서 나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보다 더 깊은 공감을 느꼈다. 무엇보다 나의 내면을 울린 것은 그의 솔직함이었다.

「한 말씀만 하소서」(박완서/솔/1994)

박완서 선생이 당신 외아들의 죽음을 신앙으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그 피 맺힌 기록이다. 한 가톨릭 월간지에 연재되던 이 원고를 받기 위해 나는 매달 선생 댁을 방문했다. 고통스러운 체험을 너무도 아픈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선생의 작업을 지켜본 그 시간은 참 은혜로운 스승의 지독한 가르침의 시간이었다.

「나의 멘토 나의 성인」(제임스 마틴, 성찬성 옮김, 가톨릭출판사, 2011)

사람 사귀는 일보다 늘 ‘해야 할 일’에 묻혀 지내는 나. 제임스 마틴 신부는 성인들이 단순히 나를 지키고 전구해 주는 ‘수호자’일 뿐만 아니라, 나의 멘토이자 친구인 내 삶의 ‘동반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조대형 기자 (michael@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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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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