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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후감] 「키릴 악셀로드 신부」, 「평화의 선물」을 읽고

고통 속에 숨겨진 영적 의미 이해하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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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각한 장애를 앓은 사제와 암으로 인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추기경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누구에게나 늘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있다. 각자 자신의 삶이 가장 어렵고 괴롭다고 여기지만, 인생에 놓인 각자의 십자가는 각자에게 동일한 무게로 느껴질 것이라고 믿는다.

어떤 의미에서 악셀로드 신부와 베르나르딘 추기경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삶은 어이없는 중상모략과 불치의 질환, 그리고 연달아 찾아오는 시청각 장애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 이러한 역경을 극복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큰 빛이 되어준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부럽다. 그들에게는 늘 자신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함께했고, 강한 신앙의 힘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베르나르딘 추기경은 자신이 성 추문으로 조사를 받던 순간을 ‘은총’이라고 불렀다. 악셀로드 신부는 자신의 시각장애에 대해서 ‘…이제는 제 시각장애를 (하느님께서 제가 맡긴 백성을 돌보시기 위해) 이용하시려는 것이겠지요’라고 했다. 나는 그들의 이러한 태도에 감동하면서 동시에 약간 우울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신과 의사이다. 그리고 내 환자의 대부분은 심각한 정신장애를 앓고 있다. 장애의 경중에 서열을 매길 수는 없겠지만, 내 환자 중 몇몇 장애는 신체적 장애나 질병, 혹은 무고와 같은 사회적 손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장애를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병이 있다고 생각하지조차 못한다.

베르나르딘 신부나 악셀로드 신부의 고난과 고통에는 숨겨진 큰 영적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의미를 개인적으로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행운아였다고 생각한다.

많은 정신장애인들은 오늘도 질병으로 고통스러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에게는 그 고통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고통의 영적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의 소실이 정신 장애의 본질적 속성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이해하건 이해하지 못하건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당신의 환청과 망상, 우울증과 조증, 강박과 불안 그리고 그 외 모든 괴로운 정신증상은 인간이 인간다워지기 위해서 치러야 했던 대가라고 말이다.

진화인류학적 의미에서 소위 ‘정상’인들은 모두 그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여러 가지 정신증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사실 우리 ‘정상’인들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박한선(성안드레아 정신병원 나래 독서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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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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