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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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독설] 성바오로출판사 편집장 한기철 신부

“세상과 소통하며 다가가는 도서 출간 힘써야”/ ‘교회’ 틀 뛰어넘어 보편적 진리 다각도로 나누기를/ 여러 연대 통한 상설 가톨릭 도서 공간 마련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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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철 신부는 “교회출판사들 뿐 아니라 교회 안팎의 연대를 통해 한국교회를 대표할만한 상설 가톨릭 도서 문화공간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의 책상 삼면은 늘상 켜켜이 쌓인 책 무더기에 파묻혀 있다. 하루에 넘기는 책장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지만, 읽어야할 ‘텍스트’들은 늘 넘쳐나는 덕분이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책 한 권의 무게는 가볍지만, 그 안에 담아내는 내용의 무게는 짐작하기 어려울만큼 묵직하기에 한 줄 한 줄 소홀할 수도 없다. 게다가 성바오로 수도회 한국관구의 사도직 활동 80 이상이 여전히 책 관련 활동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편집장으로서의 소임은 녹록찮다.

“사회 홍보 수단을 통한 복음 전파를 소명으로 살아가는 수도자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큰 축복이지요. 무엇보다 책을 직접 만들면서, 책 한 권 한 권은 하나의 물질만이 아니라 내면에 남는 것, 영혼에 스미는 영적인 것임을 더욱 깊이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성바오로출판사 편집장 한기철 신부는 “책이라는 것은 나 자신을 믿게 하는 도구이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게 하는 도구이고, 절대자가 함께하고 계심을 일상에서 느끼게 해주는 도구”라며 “사회공동체의 일치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서도 큰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한다.

반면 교회출판 종사자로서, 이상과 달리 쉽게 변하지 않는 현실에 아쉬움도 크다.

한 신부는 “최근 한국교회 안에서도 이른바 ‘스타 마케팅’이 왕왕 이어진다”며 “정신문화를 이끌 롤모델격의 인물들을 발굴하고 지원해 그들의 목소리가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확산되도록 이끄는 노력이 많이 줄어든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성바오로출판사 또한 교회와 사회를 통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작가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아직은 해외도서 번역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한 신부는 “우수한 교회출판사들이 많이 생겨나 있지만, 이들의 출판시장이 교회 안에서만 맴도는 것도 큰 어려움”이라며 “세상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세상 속 비신앙인들에게 긍정의 가치관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대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도서 출간에도 지속적인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한 신부는 또한 도서 선용의 한 방안으로 ‘고전’에 대한 관심을 북돋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도스토예프스키 단편집 등은 신앙 유무와 관계없이 인간의 보편적인 진리를 체득하고 종교적 심성을 고양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고전이라며 추천한다. 이와 연계해 교리를 방정식 외우듯 익히는 기존 교리교육 형태와 관련 도서들의 문제점도 시급히 개선해야할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디즈니 만화 시리즈’ 등에 밀려난 우리나라 전래동화의 가치를 회복하고, 외국어로 번역 보급하는 데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교회서적은 하느님을 믿게 하기 위한 책이라는 편협한 사고를 뛰어넘어, 가톨릭의 보편적인 진리를 다각도로 나누는 매개라는 입장에서 출판문화가 다채로워지도록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아울러 한 신부는 “책 시장이 온라인으로 많이 옮겨간 것은 사실이지만, 신자는 물론 일반 대중들이 언제나 다양한 가톨릭교회 서적을 접하고 가톨릭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간다”며 “앞으로 교회출판사들 뿐 아니라 교회 안팎의 연대를 통해 한국교회를 대표할만한 상설 가톨릭 도서 문화공간을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내 인생의 책은

「박씨전」(조선시대 소설/작자 미상)

사람에 대한 시각을 변화시킨 책이다. 외모는 못났지만 지혜가 남달랐던 주인공 박씨의 모습. 친구들 사이에서도 옷과 신발의 브랜드를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분위기에 혼란스럽던 청소년 시절, 예전에 읽었던 박씨전이 떠올랐다. 그때부터 나는 인간관계 안에서 외모가 아닌 그 사람의 내면에서 가치 찾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이렇게 좋은 가르침들이 1960년대에 이미 나왔는데, 왜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을까, 문헌을 읽자마자 고민이 시작됐다.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뚜렷한 지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등지고서 실천에 인색한 교회 모습에 반성하게 됐다. 특히 교회 안에 머무르면서도 생명에 관한 가르침과 여성인권 문제 등은 거의 들어보지 못한 사회적 가르침이었다.

「높은데서 사슴처럼」(H.허나드 저/성바오로출판사)

사회에서는 굳이 문제점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부분도, 수도자로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가운데에서는 여실히 드러났다. 내 내면의 문제와 부딪힐 용기와 방법을 알려준 책이다. 특히 자존감이 부족한 이들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면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문제점이 있기 마련이므로.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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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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