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체험의 조화로 이단 사상을 걷어내다
17세기에 예수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도회 수도자들은 그리스도인 영성생활을 돕기 위해 프랑스 전역에서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이들의 활동 덕분에 근세에 서방 가톨릭교회는 올바른 영성생활을 탄탄하게 굳혀 나갈 수 있었습니다.
신비신학에 관심을 가졌던 가르멜회 수도자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Bordeaux) 출신인 셔롱(Jean Cheron, 1596~1673)은 1611년에 가르멜회에 입회했으며, 보르도 대학교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629년 셔롱은 ‘투렌 개혁(Rforme de Touraine)’을 고향 지역에 소개했습니다. 투렌 개혁은 17세기 초 프랑스에서 반(反) 종교개혁의 맥락 안에서 가르멜회 수도자들이 시작했던 운동입니다. 또한, 셔롱은 신비체험에 대해 합리주의적인 비평을 시도했습니다.
셔롱은 저서 「신비신학 성찰(Examen de la Thologie Mystique)」에서 신성한 것과 신비신학과의 차이를 고찰하면서 그 당시 신비체험에 대한 지나친 남용과 착각을 비난했습니다. 인간은 대죄의 상태에서도 신비스러운 일치를 체험할 수 있고 덕행 실천 없이 묵상을 통해 하느님 안에서 영적인 휴식을 취하는 것은 게으름이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셔롱은 동시대에 언급되는 신비체험을 배척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신비체험을 묘사하는 모호한 언어들을 비판하면서, 진실과 거짓 사이의 틈새를 메워 모순을 최소화하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프랑스 남부, 말로센느(Malaucne) 출신으로 세속명이 줄리앙(Esprit Julien)이었던 성삼의 필립(Philippe de la Trs Sainte Trinit, 1603~1671)은 1620년에 리옹에서 가르멜회에 입회해 이듬해에 수도자가 됐으며, 파리와 로마에서 공부했습니다. 필립은 1629년부터 한동안 아시아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중 인도, 고아(Goa)에서 철학과 신학을 가르쳤습니다. 필립은 1665년 이탈리아 주재 가르멜회 총장으로 선출돼 많은 관구를 순회하던 중 나폴리에서 사망했습니다.
라틴계 언어에 능통했던 필립은 철학 및 신학에 관련된 작품을 많이 저술했으며, 신비체험에 관한 작품인 「신비신학 대전(Summa Theologiae Mysticae)」에서 완덕의 산에 오르는 길을 정화, 조명, 일치의 세 가지 길로 소개했습니다. 특히 필립은 초자연적인 관상에 다다르고자 하는 사람은 마음의 순결을 지니고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마음의 순결은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마태 5,8)이 지닌 마음으로써 정신이 단순하고 겸손함을 의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얀센주의 및 정적주의와 투쟁한 카르투지오회 수도자
프랑스 북부, 누아용(Noyon) 출신인 인노상 르 마송(Innocent Le Masson, 1628~1703)은 1645년에 카르투지오회에 입회했으며, 1663년에 수도원 원장이 됐고 1675년에 카르투지오회 모(母)수도원 원장 및 수도회 총장에 선출됐습니다. 르 마송은 이듬해에 모원이 화재로 파괴되자 재건했으며, 수도원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면서 수도원을 운영했습니다.
르 마송은 얀센주의의 위험으로부터 카르투지오회 영성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르 마송은 저서 「완덕과 종교생활 입문(Introduction la Vie Religieuse et Parfaite)」에서 프란치스코 드 살의 「신심생활입문」과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따름」을 묵상하고 깨달은 교훈 53개를 소개했으며, 젊은 수도자 교육용 「수련 지침서(Directorium Novitiorum)」에서 적절한 예시를 들어가며 분명하며 간결하고 건전한 교리로 무장한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르 마송은 귀용 부인의 저서 「짧고 쉬운 기도 방법(Le Moyen court et facile de faire oraison)」에 반대하면서 정적주의와도 투쟁했습니다. 특히 카르투지오회 수녀원에서 귀용 부인의 저서를 많이 읽자, 르 마송은 직접 수녀원을 찾아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예수 성심 신심을 활용해 정적주의의 영향을 물리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