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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142)누구나, 누구나, 누구나/윌리엄 그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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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사순 시기, 일본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주간 가톨릭신문은 기획 시리즈로 그해 주님 부활 대축일에 세례를 받기 위해 준비하는 예비신자들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대상자 중에 육체적으로는 남성이었지만 심리·감정적으로는 여성인 25살 예비신자 나카노씨가 있었다. 나카노씨는 10살 때부터 자신의 외모와 감정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카노씨는 인터뷰에서 “초등학생 시절 남자 아이처럼 옷을 입고 남자 아이처럼 놀았지만,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면서 “친구들은 저에게 제가 여자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해 보인다고 말했지만, 따돌리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자 몸에서 여자로 사는 스트레스와 남자로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기대가 커지자 그는 우울증에 빠졌고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이르렀다.

나카노씨는 “당시 갑자기 ‘교회는 나를 구해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리스도교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생일이 12월 25일이었기 때문이에요. 주변에서 ‘너는 생일이 예수님과 같구나’라고 말했고, 어릴 때부터 예수님은 어떤 분인지 궁금해 했어요. 도서관에서 예수님에 관한 책을 찾아 읽었는데,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분은 자신을 희생해 모든 이의 죄를 없애주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후로 예수님께 관심을 갖게 됐죠.”

“도움을 받기 위해 교회를 찾아봤어요.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은 올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전화를 걸어 성적 위화감을 갖고 있는데 교회에 나가도 되냐고 물어봤어요. 전화를 받은 여성분은 ‘괜찮다’고 말해줬고, 그길로 바로 교회를 찾아갔어요. 예수님께서 언제나 제 옆에서 저를 지켜보고 계시기 때문에 살 수 있게 됐어요. 제겐 예수님밖에 없어요. 그분께서 항상 나와 함께 걸으신다는 안도감이 있죠. 예수님 아니었으면 전 다시 자살을 시도했을 거예요. 예수님이 제 희망인거죠. 이제 뒤돌아보지도 않고 내가 바꿀 수 없는 것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요. 그저 앞만 보며 내 삶을 사는 거죠. 저는 예수님처럼 큰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당시 그 교회에서 전화를 받은 사람은 “당신과 같은 사람은 여기서 환대받지 못한다”거나 “교회에 올 수는 있지만 남자 옷을 입고 화장은 지워야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카노씨는 환대하는 교회공동체에서 예수님을 만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도 아래, 가톨릭교회는 정형화된 성 정체성에서 벗어난 이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문제에 맞서고 있다. 최근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성전환자와 동성부부의 자녀도 세례를 받을 수 있다고 확인했다. 이들은 대부모도 될 수 있다. 세계 가난한 이의 날,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점심식사에 성전환한 여성들도 초대했다.

지혜서 11장 24-26절은 다음과 같다. “당신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시며 당신께서 만드신 것을 하나도 혐오하지 않으십니다. 당신께서 지어 내신 것을 싫어하실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께서 원하지 않으셨다면 무엇이 존속할 수 있으며 당신께서 부르지 않으셨다면 무엇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겠습니까?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기에 당신께서는 모두 소중히 여기십니다.”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주님 사랑이 필요하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다. 이 말은 교회는 하느님처럼 모든 인간을 포함해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카노씨 사례처럼,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고 받아들이려는 교회의 노력은 이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받아들이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살 수 있도록 이끈다.

예수님께 도전했던 바리사이들은 타인을 감시하고 재단하기 위해 자신들이 독실한 신앙을 가져야한다고 믿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지금까지 이런 폐습을 따라하고 있다. 여기에는 교회 안에서 권위를 갖고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 이들은 인종주의나 착취, 환경파괴, 부패, 거짓말, 무관심, 비열한 행위와 같은 죄보다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성과 성별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청년대회에서 “교회는 누구나, 누구나, 누구나에게 열려있다”(The Church is open to everyone, everyone, everyone)고 선포했다. 그의 선포를 실현시키는 일은 우리 같은 죄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지금의 시대는 우리에게 편견과 관습, 개인적 감정과 싸워 이를 실현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윌리엄 그림 신부

메리놀 외방 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주간 가톨릭신문 편집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발행인으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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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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