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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임은요] (3) 서울 대방동본당 연령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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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방실방실 웃을 때나 이쁘지 똥이라도 싸고 울면 얼른 물러서고 마는 게 보통 아빠들이다.

 자기 피붙이도 아닌 시신에서 흘러나오는 오물을 정성된 마음으로 깨끗이 닦아낸다? 고인을 자기 자식처럼 부모처럼 여기지 않고서야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연령회원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 초상이 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단체가 바로 연령회다.
 서울 대방동본당 연령회(회장 이종철)가 지난 한해 치른 장례미사는 모두 42회. 거의 매주 한번 꼴이다. 밤과 낮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을 가리지 않고 누가 선종했다는 전화만 받으면 곧장 뛰쳐나와야 하는 연령회 활동은 의무감만으로 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깊은 신앙심은 물론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지극한 애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방동본당 연령회원 160여명이 모두 장례 때마다 봉사하는 활동회원은 아니다. 10분 대기조처럼 연락을 받자마자 뛰쳐나오는 봉사부 회원은 남녀 각 16명씩 모두 32명. 40대가 주축인 봉사부원들은 평소에는 환자 방문 활동을 하다가 선종자가 나면 수시(시신을 수습하는 것)·입관·출관·장례미사 등에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것은 물론 장지까지 따라가 기도하는 행동대원들이다.

 그럼 나머지 회원들의 몫은 무엇인가. 바로 죽은 이를 위한 기도다. 매주 목요일 저녁 대방동성당에 가면 연령회원들의 낭랑한 연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봉사부원들이 그토록 열심히 봉사할 수 있는 데는 이와 같은 기도의 힘이 숨어 있는 것이다.

 본당 주임 곽성민 신부는 초상이 났다 그러면 열일 제치고 달려드는 것이 아주 당연시될 만큼 연령회가 활성화되어 있고 또 화목하다 고 말하면서 대방동본당 연령회가 아마 전국에서 첫번째 가는 연령회일 것 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봉사부원들은 선종 봉사를 통해 미신자들이 가톨릭에 입교하거나 쉬는신자들이 교회로 다시 돌아올 때 무엇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처음에는 탐탁치 않게 보던 이들도 회원들이 아무런 사심없이 지극정성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가톨릭에 호감을 갖고 입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령회에 가입하기 전에는 초상집 분위기가 싫어 상가에서 밥도 안 먹었다는 김병두(베드로)씨는 시신을 처음 만질 때 뺨을 갖다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보며 이게 바로 하느님 은총 이라는 것을 느꼈다 면서 장례가 끝난 후 유가족들이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며 성당에 나가고 싶다고 말할 때 가슴 벅찬 감동을 맛본다 고 말했다.
 연령회 활동도 사람의 일인지라 어느 상가에서는 좋은 분위기에서 기도도 잘되고 봉사도 척척 손발이 맞지만 그렇지 않은 상가도 있다고 한다.
이유를 찾아보면 열에 아홉은 고인의 신앙에 달려있다는 것이 연령회원들의 한결같은 결론. 살아 생전 하느님을 잘 믿은 신자는 죽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따라서 상가집 분위기 또한 어둡지 않고 평화롭다는 것이다. 잘 살아야 잘 죽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사례다.
 대방동본당 연령회는 지금까지 장례 봉사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환자 방문과 선종자 유가족을 보살피는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종철(클레멘스) 회장은 장례를 잘 치르는 것만큼 죽음을 잘 준비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면서 연령회 활동을 선종 전후를 포괄하는 봉사로 확대해 나가겠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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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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