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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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규 수녀의 사랑의 발걸음] 22. 가장 낮고도 가난한 자리는

프랑스 성요한 사도 수녀회 장현규(마리스텔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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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도회 수사들과 수녀들은 해마다 한 차례씩 모원에 모여 공동 피정를 한다. 이때 우리는 특별한 기도를 바친다. 이 기도는 아침과 저녁에 바치는 공동기도 때 이뤄진다. 이른바 나를 온전히 주님께 봉헌하는 기도다. 이 특별한 기도의 풍경은 수도원 성당에서 볼 수 있다.

수십 명의 수도자는 이 시간에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바싹댄 채 기도를 바친다. 온몸으로 하는 기도다. 나는 처음 이러한 자세의 기도를 접하고서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도 기도하는구나!’ 하고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이내 나는 감탄의 말을 혼자 하면서 가슴 깊이 뭉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모습의 기도이기 때문이다. 나도 수도원에 들어와 처음 보게 된 기도다.

나도 곧장 우리 수사, 수녀들을 따라 그렇게 기도를 바치고 싶은 원의가 강하게 일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수사, 수녀들과 같은 모습으로 하느님 앞에 머리를 숙였다. “전능하시고 무한히 선하신 사랑의 하느님 앞에 저를 봉헌합니다.” 나의 머리와 가슴을 바닥에 대자 서서히 ‘나는 작은 모래알이요 흙과 같은 존재구나’하는 깨달음을 다시금 얻게 됐다. 그리고 금세 근심과 걱정,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 또한 가벼워졌다.

이러한 기도는 내가 한없이 작고 낮아지는 모습을 실천함으로써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온전한 봉헌을 가능하게 한다. 기도뿐만 아니라, 나의 모든 것을 바치게 된다. 몸을 부드럽게 굽히고 펴면서 영혼과 몸이 일체가 되어 기도를 바치게 된다. 육체와 영이 함께 바치는 기도는 나를 새롭게 한다.

신앙을 가진 모든 이는 각자 고유한 기도의 자세가 있다. 내가 환자들을 만나러 다닌 생드니의 오베흐베일리 병원에 가면, 입원 중인 무슬림 환자들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몇 번씩 대어가면서 경건하게 기도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병환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중에도 이 기도는 빠짐없이 지켜진다.

“그러자 많은 군중이 다리 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과 다른 불구자들과 말 못하는 이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이들을 데리고 예수님께 다가왔다. 그들을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고쳐 주셨다.”(마태 15,30)

이처럼 성경에도 주님 앞에 기도하는 이의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예수님 주변에 환자, 절름발이, 불구자들을 발치에 둔 것도 그들이 예수님을 무한한 권능을 지니신 하느님이심을 온전히 믿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그들을 겸손한 신앙인임을 아시고, 환자들을 낫게 하셨다.

바닥과 발치. 가장 낮고도 가난한 자리다. 그리고 덕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겸손과 온유이지 않는가. 예수님께서는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마태 5,5)라고 하셨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로 따뜻한 이에게 자연스레 더 다가가게 되지 않는가. 나도 우리 공동체 안에서 온유한 수녀에게 조금은 더 가까이 가게 된다. 각자가 겸손과 온유함을 지닌다면, 내가 가진 것이 없어도 무언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예수님께서 당신 발치에 있는 환자들을 고쳐주신 것처럼 우리도 그 기적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성요한 사도 수녀회 장현규(마리스텔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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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0-1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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