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림 시기가 왔다. 대림 시기는 주님 성탄 대축일 전의 4주간으로, ‘도착’을 뜻하는 라틴어 ‘아드벤투스(Adventus)’에서 온 것이다. 이 대림 시기의 첫 주일부터 한 해의 전례 주년이 시작된다. 교회 달력으로는 대림 제1주일이 새해의 첫날인 것이다. 한국사람이 가톨릭 신자가 되면 양력설과 음력설까지 더해 세 번의 신년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즐겁지 아니할 수 없다.
대림절에 눈에 띄는 것은 제단에 마련된 네 개의 초다. 한 주가 지날 때마다 촛불을 하나씩 더해 켜며, 성탄 전주 대림 네 번째 주일에 모든 촛불에 불이 밝혀지면 드디어 성탄절이 왔다는 것을 실감한다. 대림 시기가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 우리의 교회에 오시는 것을 묘사하기 때문이다. 삼위일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신학자 퀸투스 셉티미우스 플로렌스 테르툴리아누스(Quintus Septimius Florens Tertullianus)에 따르면 대림(Adventus)은 4세기 즈음부터 정례화된 듯하다. 대림 시기는 주님이 우리에게 오시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대림 시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관련시키기도 한다. 즉 그리스도인에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최후의 심판을 수행하고 하느님의 나라를 완성시키기 위해 다시 오시는 것을 기다리며 훈련하는 절기로서의 의의를 지니는 것이다.
대림 시기를 그린 음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라트비아의 작곡가 페테리스 바스크스(P?teris Vasks)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적 강림(Musica Adventus)’이다. 바스크스의 음악은 폭력적이지만 여리며, 충동적이고 내성적이며 엄격하지만 즉흥적이다. 이런 극단적인 대척점에서 바스크스는 인간의 삶을 바라보고 이야기한다. 그에게 음악은 절실한 신앙고백이자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는 자화상이다.
P?teris Vasks, Musica Adventus for string orchestra
//youtu.be/paRg7uR8Xgc?si=H66Thv6zQHv019oe
이색적인 헝가리의 대림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하다. 헝가리 작곡가 라즐로 도제이(László Dobszay)가 작곡한 ‘그리스도의 대림(Dominica Adventus)’은 4세기 그레고리안 찬트를 모티브로 하며, 기쁘고 즐거우며 정감 어린 멜로디가 흘러 넘친다. 두 작품은 현대에 만들어졌지만, 시대를 감싸안으며 초월한 음악을 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님이 주신 좋은 대림절 선물이다.
László Dobszay Dominica I Adventus
//youtu.be/HObpHc2_VYU?si=NAQxQF1pJFciXd0J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