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약, 알코올 등 중독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중독에 빠지는 사회 현실 속에서 중독자 회복을 돕고, 자조모임 공간을 제공하는 등 교회가 사목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때 ‘마약청정국’이었지만, 7년 전 그 지위를 잃은 이래 마약사범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검찰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마약사범은 총 1만8395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3.9 증가했다. 1만2613명이었던 2018년에 비하면 45.8 늘어난 수다. 심지어 이중 10·20대 비율이 34.2였다.
마약뿐만이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중독문제는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알코올 중독자 수는 2018년 150만5390명에서 꾸준히 늘어 2020년에는 152만6841명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박 중독자도 2020년 기준 220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사람 간의 관계가 단절되고 즉각적인 보상을 추구하는 문화가 사람들을 중독에 빠지게 한다고 지적한다. 알코올중독전문병원인 카프성모병원 하종은(테오도시오) 병원장은 “뇌의 보상회로는 정상적으로는 시간을 들여 건강한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에너지원인데 즉각적으로 도파민 분비를 유도해 보상회로체계에 문제가 생기면서 중독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즉각적인 결과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가 중독자가 많이 생기도록 부추긴다”며 “그 극단적인 모습이 마약 등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사회 전반에 드러나는 중독문제를 진단했다.
많은 이들이 중독에 빠지는 상황 속에서 중독 치료에는 사회적 관심이 적다는 점도 큰 문제다. 마약 범죄의 경우 재범률은 35~40다. 알코올 중독도 88.1가 3개월 이내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독이 혼자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도움을 받아 치료해야할 질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치료보호’나 ‘치료감호’ 조치를 통해 치료를 받은 마약사범은 2.4에 불과할 정도로 치료가 미비하게 이뤄지는 현실이다. 또 마약 중독 치료와 회복에는 주위의 지지와 인간관계가 중요하지만, 정작 중독자들은 중독에 빠지면서 주위 관계가 단절돼 회복이 어렵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중독자들의 회복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중독자회복 자조모임이다. 자조모임은 중독회복에 가장 효과적인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고(故) 안성도 신부(아투라·Arthur G. Mcmahon)가 국내에 도입한 알코올중독자 자조모임 AA(Alcoholics Anonymous)가 있고, 마약·도박 등의 중독자를 위한 여러 자조모임이 있다. 기존에 많은 자조모임들이 성당 교리실 등을 빌려 이뤄졌지만, 코로나19로 모임장소를 잃어버렸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음에도 많은 자조모임이 다시 성당에서 모임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목자들은 자조모임에 성당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독전문가 홍성민 신부(토마스 아퀴나스·부산가톨릭대 인성교양학부 교수)는 “자조모임이 성당에서 진행되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는 분들이 계신데, 자조모임은 중독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아니라 중독 회복자의 모임”이라면서 “중독으로 고통 받는 분들을 찾아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이분들에게 모임 장소를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중독자와 그분들의 가정에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독자들을 찾는 사목도 필요하다. 서울대교구처럼 한국중독연구재단, 카프성모병원, 단중독사목위원회 등 단중독 특화사목을 전개하는 것은 모범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특수사목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병원사목위원회 등 교구 기구나 본당이 관할 지역 내 중독치료전문병원을 찾는 것도 효과적인 사목방법이다.
중독을 주제로 사회복지학 박사를 취득한 이중교 신부(야고보·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 시설장)는 “수원교구 내 알코올전문병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신부님이 방문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 있었다”면서 “중독자가 먼저 교회를 찾아오기 어렵기 때문에, 교회가 중독자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