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 60~65항에는 전 대륙에서 모인 여성들 목소리가 담겨 있다. 주목되는 것은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가톨릭 여성들이 세례받은 사람들로서 그리고 동등한 품위를 가진 하느님 백성의 구성원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는 것이다.
문서는 “교회를 깊이 사랑하지만, 많은 여성이 종종 자신의 삶이 제대로 이해받지 않고 있고, 자신의 기여와 은사가 항상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니기에 슬프다고 거의 만장일치로 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문제는 다양한 형태로 모든 문화적 맥락에 존재한다”며 여성 수도자와 여성 평신도 참여와 인정에 대한 부분을 거론했다.
“결정을 내리는 이들이 거의 모두가 남성인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자신들 소리를 듣게 만드는 장은 조금 밖에 없는 현실”(이스라엘 의견서), “결정 과정에서 그리고 교회의 언어에서 성차별은 매우 널리 퍼져 있고 그 결과 여성들은 교회 삶의 중요한 역할에서 제외돼 있다”(축성 생활회 의견서)는 각국 사례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한국교회 상황은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의사 결정에서는 소외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한 한국교회 종합 의견서 내용이 잘 말해준다.
교회 내 여성의 지위와 역할 문제를 비롯한 성차별 문제 지적은 한국교회 안에서도 계속해서 제기돼 온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그 한국적 적용인 한국 천주교 200주년 사목회의, 90년대와 2000년 전후 연속적으로 열린 전국 각 교구 시노드에서도 이 문제는 계속 논의됐다. 그러나 교회 현장에서 ‘소외됐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는 것은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발비나) 소장은 가톨릭신문 창간 96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시노달리타스와 여성-누구도 배제되지 않았다’ 좌담에서 “여성 사목위원은 과거에 비해 많아졌지만, 여성 사목회장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또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박은미(헬레나) 대표는 “본당 활동 70~80를 여성들이 하고 있지만 사목회 의사결정은 본당 사제와 사목회장 등 남성이, 실질적 의사결정 구조에 여성 참여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본지가 전국 각 교구 비정규 성체 분배권자 교육 현황을 파악했을 때, 이른바 대형교구로 불리는 몇몇 교구에서 평신도 여성은 교육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A교구 대표 본당이라 할 수 있는 B본당은 여성 복사를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았다. 여성이 교회에서 소외되는 단면들이다.
이번 좌담에서는 ‘여성이 교회 안에서 기여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조직적인 여성 인재 발굴’, ‘여성 문제 연구 및 인력 양성을 위한 연구소 설치’ 등이 대안으로 나왔다. 여성 자신의 인식 변화와 노력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교회 종합 의견서에서도 ‘여성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증진하는 교육과 연구 그리고 활동 지원을 통해 여성 활동에 대한 교회의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볼 수 있다.
교황청 고위직에 꾸준하게 여성을 기용하면서 발언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고 여성의 존재감, 가시성, 영향력을 확대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쇄신 행보는 한국교회에 여성 문제와 관련한 방안 모색에 방향성을 제시한다.
‘여성도 의사결정 과정에 완전히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줄곧 강조한 교황의 소신은 모든 평신도가 세례성사를 통해 교회 생활의 주역이 되며, 따라서 여성 또한 교회 생활과 복음 선포의 주역이라는 데에 기반한다. 교회 내 여성의 지위와 역할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이다.
신약성서 학자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는 말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았다. 모두가 초대받았다. 남자들과 똑같이 여자들도 부름받았다. 예수의 주된 이상은 선별된 사람들의 거룩함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구원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