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당에 지체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설치되고 있지만, 법 규정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애인들이 전례 참여에 ‘장벽’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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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이 시행되면서 500㎡ 이상 규모의 성당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도 장애물(barrier) 걱정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를 구현하기 위한 법이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도 장애인 편의시설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0년 이상 전국 성당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를 조사를 해온 박종태(빈첸시오·64)씨는 “전국 교구를 다니며 신축 성당을 중심으로 편의시설을 조사했지만, 장애인 편의시설이 모두 잘 됐다고 말할 수 있는 성당은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성당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거나, 대부분의 경우는 편의시설은 설치했지만, 장애인이 실제로 성당을 이용하기에는 불편이 있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성당의 경우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대부분 ‘권장’이란 점에서 원인을 찾았다. 종교시설인 성당의 경우 주출입구 접근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주출입구 높이차이 제거, 출입문 등은 편의증진법 세부기준에 따르는 것이 의무사항이다. 그러나 복도, 계단, 성당 내부, 승강기, 화장실 등 그 밖의 모든 곳은 편의시설 설치가 권장사항에 그친다. 성당 건물 전체에 배리어프리가 이뤄지려면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법 규정 이상의 관심이 필요하다.
대구 범어주교좌성당의 경우가 좋은 사례다. 범어주교좌성당은 설계 당시 법 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에 맞춰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10년 전 설계지만, 기준을 높인 개정된 현재 법 기준에도 부합한다.
범어주교좌성당 설계를 맡은 현대건축사사무소 김무권 대표(요셉·78)는 “규모가 큰 성당이라 편의시설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려웠지만, 장애인 입장에서 설계하려 했다”면서 “배리어프리는 단순히 장애인만이 아니라 어르신들에게도 편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성당에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편’교회인 가톨릭교회의 성당은 모든 사람이 제약 없이 하느님을 만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례 공간으로서 배리어프리도 필요하다. 다른 편의시설도 중요하지만, 고해소, 성당 통로, 제대 등도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어야 장애인도 전례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사목자들은 전례를 위한 배리어프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서적·심리적 배리어프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전교구 장애인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준영(안드레아) 신부는 “장애인들은 몸이 불편한 것은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지만,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인한 위축감 때문에 마음 편히 신앙생활을 하지 못한다고 저에게 하소연하기도 한다”며 “신자들 마음의 배리어프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