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제13회 생명 주일을 맞아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이하 위원회)는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생명미사를 봉헌하고 교회의 생명수호 의지를 다시금 확인했다.
서울대교구는 2008년부터 매년 12월 첫 주일을 생명수호주일로 지정하고 생명미사를 봉헌해 왔지만, 올해부터 주교회의가 정한 생명 주일로 통합 시행하기로 해 이날 생명미사를 거행했다. 정순택 대주교가 주례한 미사에는 총대리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를 비롯한 주교단과 사제단이 함께했다.
정 대주교는 강론에서 “한국에서 시급한 생명 이슈는 낙태와 관련된 생명 보호 입법 문제”라며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2021년 1월 1일자로 무효가 된 상태에서 법의 공백기는 2년이 넘었고, 현재 낙태를 처벌하는 법이 없어진 상태에서 공공연히 낙태 시술 광고가 이뤄지고 있고 과거보다 더 많은 낙태가 행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톨릭신자는 법의 허용 여부와 관계없이 낙태를 거부하고 태아 생명을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분명하다”고 단언한 정 대주교는 “인간 생명의 시작과 끝은 하느님 영역이기에, 신앙인은 양심의 법에 따라 낙태를 거부하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대주교는 또 의사조력자살의 합법화에 대해 언급하고 “의사조력자살은 경제적 효율성만 추구하며 인간적인 관심과 돌봄 문화를 잃어버린 결과일 뿐 결코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는 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지원을 확대해 환자가 고통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인격적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과 법률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원회는 이날 성당 마당에 다양한 생명전시 및 체험 부스를 열고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알렸다. 생명 패널 전시와 더불어 태아 모형 안아보기, 생명 퍼즐 맞추기, 기도문 적어 펜스에 달기 등이 진행됐다. 체험 인증 스탬프를 2개 이상 찍은 이들에게는 기념품도 증정됐다. 이런 생명 체험 부스 운영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후고) 신부는 “효율성과 편리함이 우선시되는 풍조 속에서 약한 생명이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명을 구하는 것은 복음의 기본적인 가르침이라는 것을 상기하는 날이 되면 좋겠다”며 “아울러 주변의 소외된 생명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등 일상 안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