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의 미혼부모 지원 사업이 정부, 기업과 함께하는 사업으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 7월 27일 오전 10시 서울대교구청에서는 서울대교구와 우리금융미래재단, 여성가족부의 ‘미성년 미혼부모·임신부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번 지원사업으로 전국의 미성년 미혼부모와 임신부는 성년이 될 때까지 매월 50만 원의 생활비를 지원받게 됐다.
이 사업은 서울대교구 소속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이하 생명위)에서 2018년부터 진행한 ‘미혼부모기금위원회’(위원장 이동익 레미지오 신부) 사업의 연장이다.
이로써 우리금융그룹 산하 우리금융미래재단의 후원(연간 최대 12억 원)과 여성가족부의 협조를 통해 기존 지원 대상자에 미성년 미혼부모와 임신부 전원을 포함할 수 있게 됐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미혼부모는 2만6652명(미혼모 2만345명·미혼부 6307명)이다. 이 중 20세 미만 미성년 미혼부모는 176명이다.
이날 협약식에서 정순택 대주교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많은 생명 관련 이슈가 있는데, 이러한 때에 기업과 정부에서 교회의 생명 존중 취지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미성년 미혼부모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자녀 양육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온 사회가 보완하고 돕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 정 대주교는 “협약을 통해 우리 사회 모두가 한마음으로 생명을 존중하고 선한 영향력을 펼쳐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생명위는 지난 2018년 ‘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후원캠페인을 시작으로, 2020년 미혼부모기금위원회를 산하단체로 공식 설립하고 미혼부모 지원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현재까지 148명의 미혼부모에게 7억4650만 원, 미혼부모기관에 5265만 원을 지원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사업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생명위는 앞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자를 모집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사업을 운영할 방침이다.
협약식에는 정순택 대주교,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후고) 신부, 미혼부모기금위원회 위원장 이동익 신부, 문화홍보국장 최광희(마태오) 신부와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 장광익 부사장,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 김숙자 여성정책관이 참석했다.
※문의 02-727-2367,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미혼부모기금위원회
■ 서울대교구 미혼부모기금위원회 위원장 이동익 신부
“교회가 사회 변화 이끈 것 같아 뿌듯”
“미혼으로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 비난받기보다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칭찬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정부와 기관이 함께하는 미성년 미혼부모·임신부 지원 협약은 교회가 우리 사회 안에서 생명을 키우는 미혼모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산하 미혼부모기금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장 이동익 신부(레미지오·서울 방배4동본당 주임)는 2020년 위원회 설립의 산파 역할을 했다. 윤리신학자로서 또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원장, 교황청 생명학술원 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생명의 존엄성을 알리고 교회 가르침을 설파해 온 이 신부는 그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생명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미혼부모 지원을 떠올렸다.
그런 배경으로 2018년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본당에서 미혼모들을 위한 기금을 조성했다. 시설에서 보호받더라도 퇴소하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혼모들에게 우유값, 기저귀값이라도 보태자는 생각에서였다. 이후 이 신부는 모인 기금을 바탕으로 교구 생명위원회 내에 미혼부모를 후원하고 지원하는 위원회의 공식 구성을 이끌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협약은 이 신부에게도 남다른 보람을 안긴다.
“낙태와 안락사 문제 등 생명과 관련된 여러 문제에 대해 교회가 소신 있게 꿋꿋하게 걸으며 사회가 따라올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을 조금이나마 확인하는 자리로 여겨집니다.”
본당 사무실 앞에 미혼모 후원 신청서를 두고 신자들이 언제든 관심을 갖고 지원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이 신부는 “생명 사랑의 마음은 어떤 경계도 어떤 기준도 없다는 의식을 신자들부터 지니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에 대한 본당 사제들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사회 흐름에 따라 결혼 밖 출산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성 윤리에 대한 교회 가르침은 변하지 않지만, 이런 변화에 대해 교회가 어떻게 숙고하고 대책을 마련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