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구 신자들이 8월 8~11일, 태풍 ‘카눈’이 몰고 온 강풍과 장대비를 뚫고 성당으로 모여들었다. 성모 승천 대축일 판공성사를 위해서다.
부활 시기와 성탄 시기 사이에 신자들이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이끄는 성모 승천 대축일 판공성사는 한국교회에서 유일한 제주교구만의 전통이다. 교구의 성모 승천 대축일 판공성사 제도는 제3대 교구장을 지낸 김창렬(바오로) 주교가 신자들의 영성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사목적 배려로 1985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올해는 태풍 피해를 염려해 보속으로 대체한 본당도 있었지만, 대부분 본당이 그대로 실시했다.
교구 선교사목위원장 황태종(요셉) 신부는 제주교구만의 이 전통에 대해 “1년에 판공을 3번 진행하면 신자들이 4개월 정도 기간을 두고 삶을 성찰하며 새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기에 유익하고, 성사를 집전하는 사제들도 같은 영적 유익을 누린다”고 말했다. 황 신부는 또 “교구 공동체가 함께 성사에 참여한 후 대축일을 맞이하면 주님 부활 대축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 못지않게 큰 축일을 지내는 기쁨을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교구 주보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다. 우리 구원의 표상인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승천을 기념하는 이 날을 깨끗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이 교구민들에게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서귀복자본당 주임 송동림(레오) 신부는 “교구 신자들은 성모 신심이 각별하고, 판공성사의 중요성을 알기에 올해도 신자들의 참여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고해성사는 내 신앙을 성찰하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성사인 만큼 신자들의 영적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제주교구 신자 고성익(베네딕토·55·정난주본당)씨는 “부활과 성탄 판공과 달리 냉담 교우 판단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의무로 받아들여진다”며 “내 신앙생활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사 시기가 다가오면 냉담 교우들이 떠올라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하게 되는데 이런 성사 권유가 냉담 교우들을 실제로 성당에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양보현(시몬·73·중앙주교좌본당)씨도 “매년 이 판공성사 덕분에 성모 승천 대축일의 중요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며 “부활이나 성탄과 다름없이 새로운 마음으로 대축일을 맞이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