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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연중 제30주일 복음 성화 - 사랑하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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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 퇴임 후 성미술 작가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김만용 작가. |
안동교구 사제단의 묵상글과 김만용(프란치스코) 작가의 성화가 함께 「말씀이 그림이 되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성화묵상집이라 자칫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한번 펼쳐 들면 재기발랄한 분위기에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일단 주보 표지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어요. 중세 때 작품들은 사실적이니까 이해하기 쉬운데, 요즘은 대부분 상징적으로 표현하잖아요. 그래서 누구든지 보면 관심을 갖고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렸고, 또 성화는 대부분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표현하다 보니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많잖아요. 안동교구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가 교구장 권혁주 주교님 사목 방향이기도 하고, 당시 코로나19로 절망적이고 우울한 분위기에서 희망의 빛을 전하기 위해 밝고 따뜻한 색감을 사용했습니다.”
제21회 가톨릭미술상 본상 수상자인 김만용 작가는 2020년 한 해 동안 안동교구 주보 「가톨릭 안동」 1면을 수놓았다. 주일 복음을 담아낸 성화를 주보에 싣다 보니 인쇄를 위해 2~3주 전에 작업을 마무리해야 했고, 책에는 사제들의 강론이 요약되어 있지만, 작업 때는 강론을 미리 들을 수 없어 난감했다.
“일반적인 작품이 아니고 복음 말씀을 묵상하고 표현해야 하니까 무엇보다 ‘이게 맞나’ 무척 조심스러웠죠. 게다가 1년 52주간 지속되니까 한 주 작업이 끝나면 바로 다음 작업을 시작해야 해서 부담이 컸는데, 교구 신부님들과 사목국에서 많이 격려해 주셨어요. 이렇게 책으로까지 엮어주시고요.”
김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그가 그린 성화는 유화처럼 질감이 두텁고 색감이 화사하다. 재료와 물감, 제작 방식이 자아낸 결과다. 일단 닥종이 펄프를 물에 불린 다음 반죽한 후 손으로 비닐 위에 고르게 펴서 적당한 크기의 화지를 만드는데, 이때 자연스러운 요철이 형성된다. 이러한 제작기법은 화지 표면의 자연스러운 마티에르(matiere)와 결합돼 성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책이라서 다 드러나지 않았는데, 작품에 따라 두께가 2㎜ 정도 돼요. 닥종이는 두꺼워서 천천히 마르거든요. 마르기 전에 조각도 등으로 작업하면 입체감이 살죠. 평면이지만 마치 조소의 부조처럼 중후함과 무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먹으로 윤곽선과 형태를 묘사했지만, 동양화 물감보다는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해 강렬한 느낌을 더했고요.”
2017년 정년 퇴임할 때까지 30여 년 교직에 있었던 김 작가는 성미술 작가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앞서 2004년 아내와 함께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며 좀 더 주도적으로 신앙생활을 해왔다.
“개신교 모태신앙인 아내가 6개월간의 침묵 끝에 함께 개종했어요. 지금은 클라라로 누구보다 깊고 활발하게 신앙 활동을 하고 있죠. 아내의 쉽지 않은 결단과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앞장서서 하느님을 찾는 것 같아요. 또 제게 주신 탤런트를 이렇게 교회를 위해 쓸 수 있어서 감사하고요.”
성미술 작가로서의 그의 행보는 앞으로도 부지런히 이어질 전망이다. 「말씀이 그림이 되어」에 실린 52점의 성화는 내년 4월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 전시돼 책에 미처 담지 못한 입체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며, 안동교구 제2 수호성인인 박상근 마티아 순교복자의 일대기도 성화로 제작할 계획이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