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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아와...하느님을 찾아 떠나는...영적 순례의 길

라바날 수도원 첫 한국인 선교사제 인영균 신부 「나는 산티아고 신부다」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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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는 여행지가 아니라 순례지예요!”

다양한 방송과 책으로 소개되다 보니 왠지 모르게 친숙한 지명, 산티아고. 그런데 생각 없이 내뱉은 ‘여행’이라는 단어에 바로 꾸짖음이 돌아온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인영균(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신부가 하는 말이니 바로 수긍한다. 인 신부는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스페인 라바날 수도원에 파견된 첫 한국인 선교 사제이기 때문이다. 라바날 수도원은 2001년 산티아고 순례길의 길목인 라바날델카미노에 세워진 수도원으로, 당시 그는 ‘기도하고 일하라’는 베네딕도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수많은 순례자를 만나 기도하고 봉사했다. 그리고 그 5년간의 소회를 한 권의 책 「나는 산티아고 신부다」로 엮어냈다.

“파견되기 전에는 나도 몰랐어요, 산티아고가 어떤 곳인지(웃음). 심지어 야고보 사도가 어떤 분인지도 잘 몰랐어요. 그래서 첫해에는 나도 놀라고 순례자들도 놀랐죠. 나는 한국인 순례자가 너무 많아서 놀랐고, 순례자들은 그 산골짜기에 한국인 신부가 있으니까 놀라고요.”

2019년 관련 통계를 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100km 이상 걸은 사람은 34만 7000여 명, 그 가운데 한국인은 8224명으로 세계 8위란다. 하지만 ‘산티아고’가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성 야고보 사도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산티아고는 성 야고보 사도의 스페인식 이름으로, ‘성모의 임종’을 지켰고, 이후 예루살렘에서 사도 중 ‘첫 순교자’가 되는 영광을 선물로 받았던 인물이다.

산티아고는 복음 전파를 위해 당시 로마제국 사람들이 생각한 세상의 서쪽 끝, 지금의 스페인 최북서단인 ‘갈리시아’ 지방을 찾았고, 순교 후에도 그곳에 안장됐다. 바로 오늘날 산티아고대성당이 세워진 곳이다. 이후 산티아고를 찾는 순례길은 역사적으로 그리스도교의 세력 확장에 따라 각 지역에서 다양하게 조성된다. 하지만 가장 잘 알려진 순례길은 프랑스 남부 생잔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북부 산티아고까지 가는 약 800㎞ 구간인 ‘프랑스 카미노’다. 인 신부는 책에서 이 구간을 ‘몸의 카미노’, ‘정신의 카미노’, 그리고 ‘영혼의 카미노’로 나눈다. 그가 머물렀던 라바날 수도원은 2/3 지점인 영혼의 카미노 출발점이다. 순례길을 걷는 데 몸과 마음은 적응됐지만, ‘왜 걷는지’를 잊고 ‘살아온 대로 걷고 있는’ 순례자들에게 ‘영적인 멈춤, 적극적인 수동성’을 강조한다.

“멈추라고 하면 다 놀라요. 계획이 있고, 거기까지는 자기 힘으로 걸어왔으니까. 하지만 인생에서 하느님이 개입하는 순간이 있어요. 믿음이 있고 용기 있는 사람들은 멈춰서 다른 차원의 시간 ‘카이로스’를 경험합니다. 산티아고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분명히 멈춤의 시간이 필요해요. 그때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은혜의 멈춤이 될 수 있죠. 카이로스를 경험하면 찰나지만 인생의 방향이 달라지거든요.”

그에게는 파견 첫 해 40일간의 순례와 귀국 직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순례길이 봉쇄돼 무언가에 홀린 듯 집필했던 시간, 아니 산티아고에서의 5년이 멈춤의 신비를 체험한 순간이었다.

“순례단과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최근에 관련 동영상을 보니까 찡하더라고요. 그런 차원에서는 ‘산티아고 블루’가 있는 거죠. 하지만 이제는 수도원 선교담당 총무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티아고’가 있어요. 경북 가실성당에서 한티순교성지까지 45.6㎞ 구간인데, 우리 수도원이 주관해요. 모든 길이 연결되어 있는 거죠. 삶의 카미노도 충실히 걸어가야 합니다.”

「나는 산티아고 신부다」는 산티아고의 역사와 교회사적인 의미가 탄탄하게 기술된 뒤 가톨릭 영성 차원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더해져 지적 재미와 영적 재미가 그득하다. 그래서인지 벌써 2쇄에 들어간 데다 관련 인터뷰와 강연 등이 이어지면서 인 신부의 산티아고 순례는 한국에서도 좀 더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또 책의 판매 수익금은 선교지의 가난한 학생들을 돕는 후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참, 인 신부의 귀국으로 앞으로 산티아고에서 한국인 사제를 만날 수 없다고 아쉬워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지난 8월 후임 사제가 파견돼 마드리드에서 열심히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으니 말이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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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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