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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마우리치오 성당 내부에 그려진 ‘자비로운 아버지’ 프레스코화. |
이탈리아 ‘밀라노’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패션과 쇼핑의 도시, 화려한 밀라노 대성당, 다양한 노선의 국제 열차가 있는 중앙역, 그나마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라 스칼라 극장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정도를 생각하지 않을까.
지금은 본당 주임이지만 한때 밀라노에서 5년을 머물렀던 박홍철(서울대교구 삼각지본당 주임) 신부는 살아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밀라노의 숨은 매력을 생생한 글과 이미지로 엮었다. 미술을 전공한 사제답게 밀라노의 아름다운 성당과 미술관, 그곳에 소장된 주옥같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성당에 들어서면, 오른쪽 벽에 우선 ‘탕자의 아버지’(루카 15,20)가 세상의 모든 죄를 다 용서해 줄 것 같은 자애로운 표정으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보다 화려한 작품들이 많지만 자비로운 이 미소를 보고 있으면 제 안의 차가운 자책감까지 사르르 녹는 것 같아 그냥 좋았습니다. (중략) 높은 천장 전체가 프레스코화로 그려진 산 마우리치오 성당을 방문한다면, 누구든 아마 눈을 뗄 수가 없을 겁니다. 안내하는 밀라노 교우들은 분명 제대 왼쪽 통로로 수도원의 봉쇄 구역까지 가 보라고 할 테지요. 이때 등에 멘 가방이 있다면 앞으로 바로 고쳐 메야 합니다. 통로로 들어갈 때 작품들이 다칠 수 있으니까요.”(43쪽)
유구한 전통의 암브로시오 전례를 보존해 온 밀라노는 이탈리아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가톨릭교회의 보화가 가득하다. 박 신부는 고딕식 성당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렬한 밀라노 대성당을 비롯해 ‘기적의 성모 마리아 성지’로 불리는 산타 마리아 프레소 산 첼소 성당, 동방박사들의 유해 일부가 있는 ‘산 에우스토르조 대성당’ 등에 얽힌 이야기와 소장된 작품 등을 소곤소곤 옆에서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이밖에 일상의 소소한 감상과 밀라노 주변 도시의 모습도 사진과 어우러져 흥미를 더한다.
박 신부는 “길이 막히고 차가운 늪처럼 스멀스멀 가라앉는 두려움이 우리 영혼을 잠식할 때 이 글이 당신을 위로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저자 박홍철 신부는 교회의 아름다운 가르침인 교의를 예술적인 시선에서 재해석하려는 ‘교의 미술’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의 브레라 국립 미술원에서 순수 미술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교회의 프레스코화를 비롯해 회화와 판화, 세라믹, 그리고 현대 디지털 비디오까지 다채로운 분야를 공부한 뒤 밀라노와 라벤나 등지에서 모자이크 연수를 받았다.
이 책은 박 신부가 유학 중 밀라노와 여러 도시의 숨겨진 성지를 찾아다니며 월간 「생활성서」에 2년간 연재한 칼럼 ‘밀라노에서 온 편지’를 모아 엮은 것이다. 윤하정 기자
밀라노에서 온 편지
박홍철 신부 지음
생활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