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이콘 등 시각적인 이미지가 곁들여진 신앙고백 도서가 잇따라 출간됐다. 읽는 재미에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시화명상
백남용 신부 지음
가톨릭출판사
‘교회음악’ 하면 바로 떠오르는 서울대교구 백남용 신부가 그의 시선을 담은 시화집을 출간했다. 1973년 사제품을 받은 후 40년 가까운 시간 교회와 교회음악에 헌신한 백 신부는 은퇴 후 사진을 배우며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마주했다. 렌즈 너머의 풍경들은 음악과는 또 다른 형식으로 세상을 노래했고, 소리와 리듬으로 아름다움을 일깨우던 음악가는 시각적인 사진과 글로 그 영감을 표현했다. 책은 세월의 시작, 세월의 흐름, 계절의 이룸 등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안에는 다시 겨울, 봄, 여름, 가을이 담겼다. 3년에 걸쳐 준비한 작품들이다.
백 신부는 “어느 날 무심히 설악초라는 풀꽃을 찍는데, 그 꽃이 자꾸 무슨 말을 걸어왔다. 그 말을 받아 적어 사진과 함께 놓아 보니 시화가 되었다”며 “사진 하나만 떼어 놓으면 별 볼품이 없고, 글만 따로 떼어 놓으면 시 축에도 들지 못하지만, 둘이 같이 놓이니 봐줄 만하다고 하실 독자들의 호의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화장실에서 만난 추기경
이재웅 신부 지음 / 비지아이
일단 제목을 보면 책장을 넘겨볼 수밖에 없는 「화장실에서 만난 추기경」은 수원교구 이재웅 신부(제2대리구 사무처장)의 에세이다. 실제로 보좌신부 시절 본당 공용 화장실에서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어색한 웃음을 나누며 나란히 일을 보았던 이야기, 대전의 한 사우나에서 당시 유흥식 주교를 발견하고 등을 밀어드린다고 할까 말까 고민하던 사연 등 민망하고도 유쾌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사제가 천직인지 천벌인지 고민하던 시절부터 본당 사목, 사회복음화국과 교포 사목을 하면서 겪은 다채로운 사건과 사연들이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하느님의 부재를 증명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그의 말을 관통하며 펼쳐진다. 이 신부는 “기도하면 평온해지는 것처럼 손에 책을 들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며 “이 책이 여러분에게 편안한 쉼이 되고, 하느님께는 작은 기쁨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영혼의 숨결이 머무는 곳
김도연 지음
시와함께 넓은마루
김도연(아녜스) 작가의 세 번째 시집이다. 서양화가 겸 시인,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이콘 작가의 기도’라는 시를 빌려 자신의 신앙 고백이 담긴 작품집을 소개한다.
시집에는 그녀가 직접 쓰고 그린 70여 점의 시와 30여 점의 이콘이 실려 있다. 김 작가의 이콘은 캄보디아 프놈펜 예수회공동체, 프놈펜 한인성당, 예수고난회한국수도원 등에도 소장되어 있다.
하늘이 빚은 나라 부건빌
김근수 / 모래알
「하늘이 빚은 나라, 부건빌」은 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아 자치정부 공기업 대표가 된 저자 김근수씨가 12번 이상 현지를 방문하며 쓴 서태평양 국가 부건빌(Bougainville) 소개서다. 아름다운 자연과 천혜의 자원을 자랑하는 부건빌은 이곳을 병참기지로 삼은 일본군의 잔혹한 통치와 뒤를 이은 호주 식민통치 등으로 100년 이상 외세의 지배에 시달리기도 했다. 현지인들은 외세의 억압에 맞서 독립전쟁을 치렀고, 이를 통해 자치정부를 수립했다. 이 과정에 가톨릭이 함께 했다. 20세기 초 독일 선교사들의 전교로 지금도 인구의 7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이며, 외세로부터 고통당할 때 가톨릭 사제들이 앞장서 국민들을 보호하고 투쟁하기도 했다. 가톨릭은 앞으로도 부족사회인 부건빌을 통합하는 중요한 공동의 가치가 될 전망이다. 윤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