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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 다룬 ‘영웅’… 영화로, 뮤지컬로 즐기자!

뮤지컬 ‘영웅’ 아홉 번째 시즌 시작, LG아트센터에서 2월 28일까지 공연... 영화 ‘영웅’도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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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민우혁 배우가 동지들과 ‘단지동맹’을 맺고 독립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에이콤 제공



“난 주먹을 불끈 쥐고 한 손으로 이토를 쐈지만, 내 아들들의 두 손은 기도하는 손으로 모아지길 바라오. 그 마음이 바로 동양 평화요.”

1905년 을사늑약 후 거세지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탈을 저지하고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구축하고자 ‘대한의군 참모중장 겸 독립특파대장’이라는 신분으로 1909년 하얼빈에서 의거를 단행한 안중근. 안중근(토마스, 1879~1910)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담은 ‘영웅’이 지난해 12월 21일 영화관과 공연장에서 동시 공개됐다.

영화의 원작인 뮤지컬 ‘영웅’(연출 윤금정)은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이미 지난 2009년 초연돼 벌써 아홉 번째 시즌이다. 앞서 뮤지컬 ‘명성황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주)에이콤이 3년여의 제작과정을 거쳐 선보인 작품으로, 초연 당시 ‘한국뮤지컬대상’을 비롯해 뮤지컬 관련 시상식 총 18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창작뮤지컬 단일 작품으로는 최다 수상을 거머쥐었다. 2011년 뉴욕 링컨센터 무대에 올랐고, 2015년에는 의거의 현장 하얼빈에서 중국 현지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무대는 역사적 사실과 작가적 상상을 엮어 흥미로운 전개를 이어간다. 하얼빈역 거사 이후 펼쳐지는 재판과 사형 집행 장면들은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제작되었다. 안중근 의사가 법정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죄를 당당히 논한 ‘15가지 이유’와 수감 생활 중 집필하던 「동양평화론」의 내용은 뮤지컬 음악으로 고스란히 담겼다. 일본인 간수 치바에게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란 붓글씨를 남겨준 것, 어머니 조 마리아가 보내온 수의로 갈아입고 사형장으로 향했던 모습도 모두 기록에 있는 내용이다.

반면 ‘제국익문사’는 구한말 고종 황제가 일본을 비롯한 열강들 틈에서 조선을 구하기 위해 통신사를 가장하여 만들었던 정보기관으로 1909년 해체되었던 것으로 보이나, ‘영웅’에서는 여전히 지하에서 그 활동이 이어졌고 안중근 의사의 거사 역시 그 일환으로 일어났을 것으로 전개한다. 주요 인물도 픽션(fiction)이다. 거사에 참여했던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는 실존 인물이지만, 이토의 하얼빈 일정을 알려준 설희는 1895년 명성황후 시해 당시를 목격한 궁녀로 설정한다. 또 식당을 운영하는 중국인 친구 왕웨이와 그의 여동생 링링도 당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안중근을 도왔던 많은 동지 가운데 있을 법한 상상의 인물들이다.

그런가 하면 ‘영웅’은 여느 상업적인 뮤지컬과 달리 가톨릭적인 요소를 상당 부분 담고 있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 마리아는 매번 아들을 ‘도마’라고 부르며, 1막 마지막 장면에서 ‘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큰 뜻을 품었으니 죽어도 그 뜻 잊지 말자 하늘에 대고 맹세해 본다’며 기도로 메인 넘버를 노래할 때는 무대에 대형 십자가상이 자리하기도 한다. 법정에서도 “우선 제가 이토를 살해한 것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사죄드립니다”라고 말한 뒤 대한제국 의병 참모중장으로서 이토를 살해한 이유를 밝힌다.

이는 31년 그의 짧은 생애가 가톨릭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187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안중근은 1897년 아버지 안태훈을 따라 천주교에 입교하고 빌렘 신부로부터 토마스라는 세례명과 함께 프랑스어를 배우며 새로운 서구 문물을 수용한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려는 의도를 드러내자 안중근은 중국으로 이주를 모색하다 상하이의 한 성당에서 르각 신부를 만나 애국계몽운동에 입각한 교육사업에 헌신하라는 조언에 감화를 받는다.

이를 기리기 위해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3월 26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기억하다 · 빛과 소금이 된 이들’ 첫 미사로 안중근 의사를 기억하며 봉헌하기도 했다. 교구는 “안 의사의 평소 깊은 신앙과 의거 후 1910년 3월 26일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는 날까지 보여준 의연한 모습은 참 평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신앙인의 귀감이 되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평화의 사도’가 돼라는 가르침을 준다”고 전했다.

영화 ‘영웅’이 전국 주요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가운데, 뮤지컬은 강서구 마곡중앙로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쳐홀에서 2월 28일까지 공연된 뒤, 3월에는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무대를 이어갈 예정이다. (공연 문의 1577-3363, 클립서비스)

영화가 우리나라와 라트비아를 넘나드는 로케이션 촬영 및 대규모 세트 제작으로 현장감 있는 볼거리를 선사한다면 시공간의 제약이 있는 무대는 빠른 세트 전환과 다채로운 영상, 감각적인 조명과 역동적인 군무, 객석으로 바로 전달되는 웅장한 넘버 등 특유의 무대언어로 140분을 채운다. 초연부터 안중근을 맡으며 영화에도 함께 출연한 정성화는 물론 양준모, 민우혁 배우가 3인 3색의 안중근을 연기하는 만큼 이른바 ‘골라보는 재미’도 있다.

한편, 지난해 8월 김훈(아우구스티노) 작가가 펴낸 소설 「하얼빈」에서도 민족의 영웅을 넘어 난세를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청년 안중근의 섬세한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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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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