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가톨릭교회의 영성과 학문의 맥을 다져온 성직자들의 저서가 잇따라 출간됐다. 탄탄한 연구와 체계적인 구성으로 성경과 신학, 사회교리를 깊이 있게 안내한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사회교리
김희중 대주교 지음 / 분도출판사
제9대 광주대교구장을 역임한 김희중 대주교의 저서로, 고대 교회의 위대한 교부이자 개혁가인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가 전 생애를 통해 설파한 사회교리를 다루고 있다.
감동적인 설교 덕분에 ‘황금의 입’을 뜻하는 ‘크리소스토무스’로 불리게 된 성인은 4세기 안티오키아와 콘스탄티노플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던 가난하고 병든 이들, 노예들에 대한 배려와 나눔을 외치며 스스로 총대주교로서의 특권과 재물을 포기한 채 모든 것을 나누는 삶을 살았다.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삶을 반영한 그의 가르침은 경제적인 부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오로지 더 많이, 더 빨리 갖기에 급급한 우리 시대에 경종을 울린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부(富)’는 그 자체로 선이나 악이 아니며 그 쓰임새에 따라 선도 악도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태초에 부자도 가난한 자도 없었다는 이 성인의 가르침은 초대 교회 공동체에서 가진 바를 모두 내어놓고 필요한 대로 서로 나누어 쓴 결과 부족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평등한 관계로 이루어진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10쪽)
책은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요한 크리소스토무스가 살았던 안티오키아와 콘스탄티노플의 일반적인 경제, 사회, 종교적인 상황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초기 그리스도교가 영향을 받았던 그리스 세계의 정의 개념과 비교하며 성인의 사회정의 개념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복음서 강론, 특히 마태오 복음과 다른 여러 담화 등에 드러난 성인의 가르침에서 세속 재물의 가치와 활용, 그 사회적 기능에 대해 서술한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풍요로운 재산이 하느님의 축복이라는 생각에 빠져서 교만해서도 안 되며 또한 궁핍함을 하느님의 징벌로 생각하여 원망해서도 안 되는 것임을 가르치고 있다. 하느님의 보상과 재물의 상관관계가 필연적인 것이 아니니 이를 일반적인 원칙으로 삼지 말라고 가르치며 기복신앙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우리를 깨우쳐 준다. 정녕 우리가 주님께 청해야 할 기도는 물질적 풍요로움에만 집착하지 말고 주님의 마음에 흡족한 자가 되는 길을 깨달아야 알 수 있는 그 은혜를 청해야 할 것이다.”(153쪽)
김희중 대주교는 “12년간의 교구장직을 내려놓으며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크신 은혜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마련한 이 책이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 일조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겠다”며 “그동안 사랑과 기도로 동행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리스도교 신학의 역사
윤주현 신부 지음 / 가톨릭출판사
윤주현(가르멜 수도회) 신부가 집필한 「신학사」 시리즈가 합본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그동안 신학은 그리스도론, 교회론, 삼위일체론 등 주제를 나뉘어 탐구되곤 했다. 하지만 신학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보는 신학사도 중요하다. 이번에 출간된 「그리스도교 신학의 역사」는 교부 시대부터 현대까지 그리스도교 신학의 역사와 흐름을 한 시대도 놓치지 않고 정리했다. 2000년의 역사지만 핵심만 추려 한 권으로 간략하게 볼 수 있다.
책은 크게 교부 시대의 신학, 스콜라학 시대의 신학, 근대 신학, 현대 신학 등 4부로 나뉜다. 그러나 세부 목차만 17쪽에 달할 정도로 각 시대에 따라 학파별, 인물별로 신학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시대를 풍미했던 신학자들의 일생과 사상, 업적까지 다뤘다.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은 그리스도교 사상 전체를 시대별, 학파별, 인물별, 교도권의 결정에 따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13세기로 들어와 마침내 신학은 ‘학문’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 신학에 한정해서 본다면, 이러한 현상은 분명 모든 시대를 통틀어 최대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이고 개념적인 노작 기술에 불과한 3학의 소박한 학예인 변증법으로부터 이성적 정식들을 넘어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인식을 담지하는 영의 철학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고전 세계의 부흥은 13세기의 인본주의와 자연주의를 포함한다. ‘지성을 추구하는 신앙’으로 대변되는 안셀무스적인 신학이 이렇게 확장된 것은 토마스의 업적이다. 12세기에 아벨라르두스는 ‘거룩한 가르침’에 ‘신학’(theologia)이라는 이름을 주었으며, 알랭 드 릴은 신학적 학문 안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을 명확하게 고정하려 시도했다.”(302쪽)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신학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학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느님께서 전해주신 진리를 탐구하며, 인간의 역사 안에서 함께하신 그분의 숨결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윤주현 신부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로마 그레고리아눔에서 영성 신학을, 테레시아눔에서 신학적 인간학을 전공하고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부터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교의 신학 교수로, 수원가톨릭대학교와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에서 영성 신학 교수로 활동하며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스도교 신학의 역사」로 2021년 가톨릭 학술상 본상을 수상했다.
마르코복음서 강해
이영헌 신부 지음 / 바오로딸
마르코 복음서는 그리스도교의 정경 복음서들 가운데 ‘최초 복음서’이며, 마태오 복음서와 루카 복음서 저자들이 자신의 복음서를 엮어 편집할 때 원전으로 사용한 ‘가장 오래된 복음서’다. 따라서 실제에 가장 가까운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복음서라고 말할 수 있다.
마르코 복음서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관점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예수님의 활동을 보여준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나자렛 출신 예수가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응답하면서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여주듯 생동감 있게 복음서를 엮었다.
「마르코복음서 강해」는 이영헌 신부의 성서연학총서 시리즈 아홉 번째 책이다. 1부에서는 복음서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2부에서 6부까지는 성경 본문의 성격에 따라 프롤로그, 갈릴레아 활동, 예루살렘 여정과 십자가 따름, 예루살렘에서의 마지막 활동, 그리고 부활 발현과 승천에 관한 에필로그 등으로 구성했다. 각 성경 구절과 단어를 주해하고 배경 설명을 더해 마르코복음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고 있다. 가능한 성경 원문에 충실했으며, 저자의 편견이나 선입견, 자의적인 해설을 피하기 위해 성서학자들의 다양한 견해도 참조하며 주석하였다.
저자 이영헌 신부는 1984년 인스브루크대학교에서 성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영국 케임브리지 신학대학과 예루살렘 성서대학에서 연수했다. 20년 가까이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와 총장을 역임하고, 여러 해 동안 본당에서 사목한 후, 지금은 원로 사목자로 다양한 집필과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