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름다움은 신비에 이르는 열쇠’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99년 예술가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 표현인데요.
사람은 밥으로만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매주 세 차례,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명동밥집이 매월 넷째 주 수요일엔 색다른 한 끼가 추가된다고 합니다.
‘명동밥집 예술 한 끼’ 현장에 이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서울 명동대성당 뒤 옛 계성여고 운동장.
왼쪽의 명동밥집 부스 오른쪽으로 색다른 부스가 눈에 띕니다.
식사를 마친 이용객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은 ‘명동밥집 예술한끼’.
이곳은 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가 명동밥집과 함께 매월 한 차례 운영하는 ‘찾아가는 마음돌봄’ 프로그램입니다.
매월 넷째 주 수요일 낮 12시부터 4시간동안 명동밥집 옆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곳을 찾아오는 이는 누구나 전문 강사와 대화하며 그림을 그리는 등 작품 제작에 참여하며 예술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명동밥집과 마찬가지로 전부 무료입니다.
한 이용자는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며 단란했던 한 때를 그린 캐리커쳐를 선물 받고는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건강에 좋은 원석 팔찌도 차보고.
조심조심 핀셋으로 반짝이는 보석을 고르며.
바느질에도 도전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부스는 달고나 만들기.
<신익기 / 명동밥집 예술한끼 이용자, 서울 천호동>
“어렸을 때 주위에서 (달고나) 만드는 것은 많이 봤는데 먹어보진 않았었어요. 호기심에 한 번 먹어보려고요.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참 고맙게 생각하지요. 오늘 밥도 맛있게 먹었고요. 체험도 하고 그러니까 마음이 치유가 되는 거 같고…”
봉사에 나서는 작가들도 예술한끼가 가져오는 정서적 치유효과에 주목합니다.
<이율리 / 화가>
“미래에 자신이 무대에 서서 무언가를 하는 꿈을 정성스럽게 그리고 가셨고 그것을 너무너무 소녀처럼 좋아하셨고…동등하게 위계 없는 관계에서 같이 무언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되게 소중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냥 존재 대 존재로? 아이처럼 서로 되어서 같이 놀 수 있고…”
또 다른 작가는 평소에 쓰지 않는 손으로 그림을 그리게 함으로써 이용자들의 무의식을 깨워주기도 합니다.
<도준 / 작가>
“사람이 자주 쓰는 손은 뇌에 익숙해져 있잖아요. 무의식 속에 나오는 게 좀 더 재밌는게 많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림이든 창작이든. 그래서 일부러 왼손으로 못 그리도록 유도하는 그림을…”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육체적 배고픔 뿐만 아니라 정서적 배고픔을 채워주는 데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CPBC 이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