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톨릭박물관(관장 김희중 대주교)이 개관 1주년 기념전 ‘이 땅에 빛을: 믿음의 문’을 선보이고 있다. 천주교 관련 유물 100여 점을 공개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시대를 아우르는 유물과 선교활동의 흔적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 특히 광주ㆍ전남 지역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총 4부와 특별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복음의 기쁨’에서는 근대 유럽사와 천주교 전례의 뿌리를 되짚는다. 초기 교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로마 미사 경본」(1658년)과 「그레고리오 성가집」(1789)의 가르멜 수녀원 필사본이 전시되어 있는가 하면, 1950년대 우리나라로 의료봉사를 왔던 성골롬반외방선교수녀회 수녀들의 여행 가방도 소개된다.
2부 ‘믿음의 문’은 김대건 신부를 표현한 장동현 작가의 ‘빛을 주노라’(2021) 작품에서 시작된다. 조수선 작가의 ‘두 사제의 약속’(2021)은 한국 교회사에 큰 족적을 남긴 김대건, 최양업 신부의 생애와 우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충북 진천군 배티성지의 발래기 교우촌에서 출토된 ‘백자소문대접白磁素文大’(심순화 가타리나 기증)을 통해 조선 후기 신앙 선조들의 생활도 들여다볼 수 있다.
3부 ‘신앙의 빛’에서는 신앙 선조들의 흔적과 함께 광주대교구의 역사를 톺아본다. 고흥군 도화본당의 ‘성합’(1903)이나 광주 임동주교좌본당의 ‘십자고상’(1900년대)이 대표적이다. 먼저 1973년부터 2010년까지 멕시코 과달루페외방선교회 사제들이 사목하는 과정에 전달된 ‘성합’은 지구 반대편까지 주님의 복음을 선포한 과달루페 사제들과 당시 공소에서 2002년 본당으로 승격된 도화본당의 역사를 보여준다. 또 임동본당에서 사용하던 ‘십자고상’은 1960년대 외국 선교사의 힘을 빌리지 않고 광주대교구민 스스로 세운 성전의 의의를 되새기게 한다.
4부 ‘모든 형제들’과 연계된 ‘온전히 당신의 것’에서는 지역사회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눈 광주대교구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교회의 사명과 역할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교구장이었던 윤공희 대주교, 김성용 신부와 조철현 신부 등 많은 성직자는 광주 시민들과 함께 불의에 맞서 싸웠는데, 김성용, 조철현 신부의 계엄보통군법회의(1980.10.23) 법정에서의 최후진술서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성직자뿐만 아니라 많은 평신도가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섰다. 당시 팽목항에 있던 최병호 작가의 ‘세월호 십자가’(2015)가 이번에 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가 하면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여의도 광장에서 103위 시성식 때 착용한 한국의 복식문화가 반영된 황금 제의의 복제본,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광화문 광장에서 124위 복자 시복식 때 주교단이 착용했던 제의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와 연계된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인문학 강의 등은 박물관 웹사이트(www.gjcmuseum.org)에서 신청할 수 있다. 문의 : 062-380-2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