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예수 성심 성월’을 보내고 있다. 바쁘고 힘든 일상에 신앙생활마저 흔들린다면 예수님의 마음을 따를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책들을 읽어 보자.
말씀에 초대합니다 / 라이너 마리아 쉬슬러 신부 / 신정훈 신부 옮김 / 가톨릭출판사
“소금, 빛, 누룩과 같아지는 것은 특별한 일입니다. 이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살고, 다르게 행동하라는 도전입니다. 그것은 큰 소리로 떠드는 가운데가 아니라, 약간의 소금처럼 끼어들거나 한 옴큼의 누룩처럼 모든 것을 가득 채울 때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국에 들어가지 않은 소금, 밀가루 반죽 밖의 누룩, 꽉 막힌 상자 속의 빛은 효과가 없습니다. 그래서 쉽게 잊히지요.”(‘세상의 소금’ 중에서)
그리스도인은 흔히 세 가지 방식으로 하느님 말씀을 전달받는다고 한다. 자연이라는 창조의 말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말씀, 영의 내적인 말씀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 방법 중 가장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말씀이지만, 이조차도 이해하기 쉽지는 않다. 대체 어떻게 말씀 안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말씀에 초대합니다」는 매주 예수님의 삶과 복음을 접하면서도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신앙과 사목에 관련된 다수의 책을 쓴 라이너 마리아 쉬슬러 신부가 교회력이 시작하는 대림 제1주일을 시작으로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1년간 주일 복음 말씀을 중심으로 풀어낸 묵상 글이다. 교회 전례에서 중요한 복음의 핵심을 뽑았고, 그날그날의 성경 말씀을 짧게 수록해 교회력의 흐름에 따라 말씀을 묵상하고 세상 속에서, 각자의 삶 안에서 이를 가까이 녹여낼 수 있도록 안내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을 엄격함과 벌로 훈육하지 않으시고, 당신의 선한 모습으로 끌어당기시고자 합니다. 선을 행하는 이는 스스로 선해집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모토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팔을 벌려 인간에게 다가가십니다. 사람이 선을 행하고, 용서하고, 용서를 빌고, 일으켜 세우고, 동행하면 할수록 이러한 행위는 쉬워집니다. 선행과 자비로움이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되찾은 아들’ 중에서)
사제로 서품된 지 40년에 육박하는 쉬슬러 신부는 매주 복음을 소재로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SNS에 글을 올리며, 다양한 강연과 칼럼 등을 통해 세상에 교회를 알리고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그의 책은 저자와 함께 독일 상트 막시밀리안 성당에서 사목 중인 서울대교구 신정훈 신부가 번역했다.
쉬슬러 신부는 “나자렛 예수님께서 기쁜 소식은 세상 끝까지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성경 본문에 대한 저의 생각이 세상의 다른 끝,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도달한다”며 “한국의 독자들이 미사 중에 들을 수 있는 복음서 본문에 대해 새롭고 깊은 통찰을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슬기로운 신앙생활 / 권오상 신부 / 함께꿈
“교회의 입장은 극단의 엄격주의와 극단의 방임주의 모두를 배척한다. 즉 적응을 구실로 하는 기회주의적 타협이나 야합(방임주의)도, 그리고 순수성을 수호한다는 빌미로 내세우는 극단적 원리주의(엄격주의)도 거부한다. 교회는 소수의 특별한 사람에게만 엄격하게 적용했던 윤리·도덕이나 계율을 모든 사람에게 확대해 일반화하는 주장을 배척해왔다. 이러한 교회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엄격주의는 경건주의(종교적 신념을 강요하는 권위적이며 독단적인 사상)와 결탁해 여전히 우리 신앙생활 주변을 맴돈다.”(26쪽)
2000년의 역사를 이어온 가톨릭교회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세상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그러한 창조적 긴장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신자들은 교회가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있다기보다 닫혀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 그로 인해 신앙의 위기를 맞기도 한다.
「슬기로운 신앙생활」은 교회와 세상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신앙인들을 위한 지침서다. 이 책은 알폰소 리구오리 성인과 윤리신학자 베른하르트 헤링 신부의 삶과 사상을 통해 신앙인에게 개방적이고 균형 잡힌 신앙 감각과 영성에 다가가는 데 깊은 영감을 제시한다.
“헤링 신부는 ‘고해사제는 재판관이 아니라 돌아온 탕자를 기쁨으로 맞이하는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해사제의 역할은 죄인을 단죄하고 벌을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화해를 촉진하고, 위로와 용기를 주며,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이다. 고해사제는 죄의 경중을 따지면서 어떻게 살라고 지시하거나 어설픈 질문으로 호기심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죄의 고백을 통해 선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고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도록 지원한다.”(39쪽)
대학에서 인간학, 대학원에서 임상윤리와 생명윤리를 연구한 권오상(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 신부는 인간의 고유한 윤리적 태도가 개인과 인류의 운명을 결정짓는 핵심적 요소라고 지적한다.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관계 편) / 강석진 신부 / 생활성서
“세상살이든 교회살이든 간에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살면서, 늘 수 싸움 하면서 그렇게 내 이익과 승리를 위해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마음으로 살기보다는 이 삶 좀 즐기면서 살아도 될 듯합니다. 비록 단순 무식하게 직구 하나만 제대로 던질 줄 아는 삶이라 결국 승률도 낮고, 승수도 턱없이 모자라는 좀 어리석은 삶이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문득 우리 주님께서는 그 ‘꼴찌 같은 등수’를 당신 마음에 드실 정도로 올려 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125쪽)
교회 안팎의 서로 다른 논리에 혼란을 겪는 이들이 있다. 일상에서 성경에 적힌 말씀대로 살자니 손해 보는 것 같고, 가족부터 이웃, 동료 등 사회 안의 수많은 관계는 시시때때로 ‘나의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듯하다.
수도자이자 상담 전문가인 강석진(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신부의 「인생 수업」 시리즈 두 번째 ‘관계 편’이 출간됐다. 지난 25년간 사목하며 ‘세상살이 신앙살이’하는 사람들과 동반한 다채로운 경험이 담겨 있다.
우리는 다양한 만남을 통해 기쁨과 위안을 얻지만, 모든 ‘관계’에는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 갈등은 성격이나 가치관의 차이, 경제력, 역할 분담, 소통의 부재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계의 어려움부터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가져야 할 자세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본다.
“성찰을 통한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으며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아, 그때 그랬던 것이, 다 하느님의 뜻이었구나! 아, 그 모든 것이 나를 성장시키시려는 하느님의 배려였구나!’하는 단순하지만 의미 깊은 영적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127쪽)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