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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18) 수라

갯벌과 개발, 생태적 회심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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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즐거워하며 바다와 그 안에 가득 찬 것들은 소리쳐라.(시편 96,11)

황윤 감독의 ‘수라’는 1991년 시작된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사라져 간 갯벌 중 마지막 남은 곳을 7년간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황 감독은 10여 년 전 영화 제작을 위해 갯벌을 찾아갔다가 간척사업으로 말라버린 갯벌을 보고 촬영을 포기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시민조사단을 만나 갯벌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고, 카메라를 든다.

2006년 물막이 공사 이후 갯벌 대부분은 파괴되었지만, 기적처럼 살아남은 마지막 갯벌이 있었고,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그 갯벌에 ‘비단에 새긴 수’라는 뜻의 ‘수라’라는 이름을 붙이고, 수라갯벌의 생태적 가치를 조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활동을 계속한다. 감독은 이 발자취를 따라가며 관찰자에서 활동가로 함께 한다.

물막이 공사 이후 갯벌이 스스로 살아난 것은 아니다. 담수화 사업은 실패했고, 거기에 고여있던 물은 썩고,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생명체 대부분은 사라진다. 환경단체가 요구한 해수유통(방조제 안쪽의 담수에 바닷물이 들어갈 수 있도록 수문을 개방하는 것)을 수용하면서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이 다시 방조제 안으로 들어가면서 죽어가던 갯벌의 회복이 시작된다.

갯벌에는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를 비롯해 검은머리갈매기, 알락꼬리마도요, 쇠제비갈매기, 흰꼬리수리, 황새, 흰발농게, 금개구리, 수달, 삵 등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고, 생명에 대한 희망을 다시 꿈꾸게 된다.

하지만 이 희망이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새만금 신공항의 건설 부지로 이 갯벌도 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고, 시민조사단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쇠검은머리쑥새의 소리를 녹음해 수라갯벌의 생태적 가치를 어떻게든 증명하려 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특별함은 갯벌 보호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곳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경이로움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도요새의 군무와 날갯소리, 새들의 다양한 생태, 갯벌에 핀 화려한 꽃까지 너른 초원과 갯벌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곳임을 알게 해준다.

개발과 환경보존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개발로 만든 인위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그것을 선택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하느님이 주신 세상이 병들어 가고 있다. 특히 바다는 환경 오염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까지 예고되면서 다시는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생명체가 병들어가고 사라져가는 곳에 인간도 살 수 없다. “우리는 ‘생태적 회심’이 필요하다.”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하느님 창조의 아름다움을 보존할 수 있도록 환경보호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행동을 함께 실천해 나아가자.



6월 21일 극장 개봉

 


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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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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