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저는 특별히 우리의 공동의 집에 관하여 모든 이와 대화를 나누고자 이 회칙을 씁니다.”(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3항 중)
가톨릭 성미술 청년작가 11명이 ‘공동의 집에 관한 대화’에 나섰다. 김미소진(마리아), 김용덕(바오로), 김유경(가브리엘라), 김태희(마리아), 김하현(마르첼리나), 박은혜(로사), 배진희(마리스텔라), 서예희(발레리아), 임성연(안나), 정소희(체칠리아), 정은정(아가다)이 그들이다. 모두 갤러리 1898이 주최하는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 당선 작가로, 이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회에는 총 20여 점이 소개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읽고 공동의 집 ‘지구’의 조화와 회복에 대한 묵상을 작가별로 자유롭게 표현하는가 하면, 공동 주제로 프란치스코 성인의 찬미가 ‘태양의 찬가(피조물의 노래)’의 각 구절을 맡아 작업했다. 회화, 일러스트, 스테인드글라스, 캘리그래피 등 각자 사용하는 재료와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생태적 회개의 길을 함께 걸으며 많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김미소진 작가는 “회칙 가운데 ‘하느님께서는 피조물들이 서로 의존하기를 바라신다. 해와 달, 전나무와 작은 꽃 한 송이, 독수리와 참새, 이들의 무수한 다양성과 차별성의 장관은 어떠한 피조물도 스스로는 불충분함을 의미한다’는 문장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보편적 친교(universal communion)’라는 작품에서 지구에서 사라져가는 멸종위기의 동식물과 사람을 축제의 장처럼 한 공간에 그리고, 함께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김태희 작가는 “‘환경’을 논하면서 정작 내가 사용하는 재료들을 보니 아크릴 물감과 물감 튜브부터 친환경적이지 못한 제품들이어서 당황스러웠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이 없어 답답했다”며 “이전에는 내 그림이 동서양의 다리가 되었으면 하는 ‘큰 꿈’을 담아 아크릴 물감에 서양 문화권을 상징하는 의미를 부여했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 아크릴이 현대의 기술 발전과 그 이면에 숨은 환경 문제를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빛의 회화’인 스테인드글라스를 다루는 배진희 작가는 “‘생태적 빚’이라는 작품을 통해 회칙에 언급된 것처럼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나라와 나라와의 관계, 이웃 간의 관계, 나아가 생태계를 구성하는 피조물 간의 관계에서 생기는 빚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며 “조각조각의 유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결국 전체를 이루는 것처럼 모두가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한다면 망가진 부분이 치유되고 더 멋진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3 성미술 청년작가 기획전 : 공동의 집에 관한 대화’는 12~20일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서울 명동 갤러리 1898 제2전시실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13일부터는 매일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