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스테인드글라스회장 박정석 화백 운영하는 ‘루크 글라스’ 공방 성물 제작반 기초·심화반 진행
가톨릭스테인드글라스회 담당 정순오 신부가 6월 30일 스테인드글라스 성물 제작반 수업에서 유리를 자르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유리가 앞을 보게 하고 양쪽을 잡아당기세요. 유리가 몸쪽으로 향하면 안 됩니다.”
서울 성북동 인근에 자리한 ‘루크 글라스’ 공방. 한국 스테인드글라스의 선구자인 고(故) 이남규(루카) 선생의 유지를 따라 선생의 사위이자 가톨릭스테인드글라스회(담당 정순오 신부) 회장인 박정석(미카엘) 화백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지난 6월 30일 가톨릭 스테인드글라스 성물 기초반의 첫 수업이 열렸다. 조용하던 공방에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을 배우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수강생 5명은 스테인드글라스 제작과 관련한 안전교육과 간단한 배경을 들은 후 본격적인 제작 수업에 임했다.
이날은 스테인드글라스의 기초인 ‘유리 자르기’를 배우는 날. 신자들은 시범에 따라 기름을 채운 유리칼로 그림을 그리듯 유리 위로 선을 그었다. 이어 유리가 정면을 향하게 한 후 살짝 힘을 주자, 단단하던 유리가 선을 따라 두 조각 났다. 유리가 산산조각이 날까 두려워하던 참가자들은 놀라워하며 계속 유리를 잘라갔다. 어느새 큰 유리판 하나가 작은 조각들로 나눠지자 수강생들의 탄성도 이어졌다.
촛대 등 손수 만들 수 있는 기회
이번에 개강한 스테인드글라스 성물 제작반은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학기제(5주)로 모두 10학기 과정이다. 수강생들은 매주 한 차례씩 이곳에서 3시간 수업을 듣는다. 기초반은 스테인드글라스 십자가상과 촛대 등을 스스로 만들어 자신만의 기도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심화반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로 14처를 만드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
신자들이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을 배울 기회를 접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 그간 교회미술 전문교육기관 가톨릭미술아카데미가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수업을 진행해왔지만, 운영이 중단되면서 그 기회마저 사라진 터였다.
다시 신자들을 대상으로 스테인드글라스 제작반이 만들어진 것은 정순오 신부와 박정석 회장의 노력 덕분. 박 회장은 “스테인드글라스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업을 해왔지만, 그 안에 담긴 영성과 신앙을 이해시키고 전한다는 측면에선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단순한 예술품 제작을 넘어 문화 선교와 신앙의 측면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이해하는 이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새롭게 강좌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테인드글라스에 많은 관심을 보이던 신자들에게 성물 스테인드글라스 제작반 개설은 교회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조미라(데레사, 서울 성산동본당)씨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본 후 평소에도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 관심이 많았는데, 성물 제작반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신미현(마리아, 서울 대치동본당)씨는“단순히 제작 방법을 배우는 것을 넘어 스스로 신앙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의미 깨닫게 돼
정순오 신부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스테인드글라스 제작법을 배우게 되면, 성당에서 스쳐 지나가듯 보던 작품 속에 숨겨졌던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된다”면서 “이번 수업이 신자들이 빛을 통한 하느님의 은총을 다시금 느끼고 신앙을 더욱 깊이 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