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2001년부터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를 기리는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0년 파우스티나 수녀를 시성하면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특별히 하느님의 자비를 기릴 것을 요청하고,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선포했다. 주님 부활 대축일 후 첫 주일인 이날을 자비의 축일로 지내는 것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이 인간에 대한 하느님 자비의 가장 위대한 표현임을 상기시켜 준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맞아 성경에서는 ‘자비’의 의미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본다.
「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성경에서 ‘자비’는 매우 다양한 뜻으로 사용된다. 하느님 혹은 예수님께 쓰일 때는 ‘깊은 동정의 마음, 상대를 도와주는 사랑, 부모가 자기 자녀에게 갖는 사랑이나 열망’의 뜻으로 쓰였다. 때로는 ‘관대한 용서’도 뜻한다. 이 경우는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백성에 대한 구원 은총의 신적인 사랑을 드러낸다.
히브리어의 ‘라함’, ‘헤세드’ 등 용어적으로도 자비를 나타내는 여러 단어가 쓰이지만, 성서적 개념은 결국 하느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비참함에 대해 자신의 연민을 드러내 보이며, 인간은 창조주를 본받아 자기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과 그리스도
성경에서 하느님과 그리스도는 자비로우신 분이다.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탈출 34,6)이시며 분노에 더디고 자애와 진실이 충만하다.
그리고 영원한 사랑으로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며 베푸시는 자비는 변함이 없다. “분노가 북받쳐 내 얼굴을 잠시 너에게서 감추었지만 영원한 자애로 너를 가엾이 여긴다.”(이사 54,8) “주님께서 먼 곳에서 와 그에게 나타나셨다. 나는 너를 영원한 사랑으로 사랑하였다. 그리하여 너에게 한결같이 자애를 베풀었다.”(예레 31,3)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루카 1,54-55)라는 구절을 통해서는 약속하신 자비를 기억하시는 그리스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자비가 풍성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으로, 잘못을 저질러 죽었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습니다”(에페 2,4-5)에서처럼 한없이 자비로우시다. 박해하던 자도 자비롭게 대해주시고(1티모 1,13) 자비하신 분이기에 우리를 구원해 주신다.(티토 3,5)
그리스도의 자비로움은 고생하는 사람을 쉬게 하시고 굶주린 백성을 먹이시는 것으로도 드러난다.
마태오복음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고 하신다. 4000명을 먹이신 일화에서는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길에서 쓰러질지도 모르니 그들을 굶겨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마태 15,32)고 하시며 자비를 드러내신다. 무지하거나 유혹에 빠진 사람들도 동정하신다. “그는 자기도 약점을 짊어지고 있으므로, 무지하여 길을 벗어난 이들을 너그러이 대할 수 있습니다.”(히브 5,2)
아버지처럼 자비를 베풀어라
성경에서는 자비를 다른 이들에게도 베풀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하느님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될 것을 역설한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는 말씀이 대표적이다.
따뜻한 동정심을 가질 것도 요청된다.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3장 12~13절에서는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답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을 것”을, 또 “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 주라”고 당부한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라”는 것이다.
베드로의 첫째 서간 3장 8절에서도 자비를 베푸는 것이 언급된다. “끝으로 여러분은 모두 생각을 같이하고 서로 동정하고 형제처럼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며 겸손한 사람이 되십시오.”
자비에 대한 교훈
자비에 대한 교훈도 찾아볼 수 있다. “자비로운 사람들은 행복”하며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마태 5,7)이라고 한다. 반대로 “자비를 베풀지 않는 자는 가차 없는 심판을 받는다”(야고 2,13)고 명시된다. “자비는 심판을 이긴다”는 것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