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생명은 선물이기에 환대와 존중과 사랑을 받아 마땅합니다”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 안에 담긴 생명의 소중함이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있었습니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여 혼인한 부부의 출산은 누가 보더라도 축복의 열매입니다. 그러나 미혼모와 임산부들을 보호하고 생명을 살리는 돌봄 시설을 방문하여 원치 않은 다양한 임신 사례의 아픔과 마주했을 때, ‘모든 생명은 선물’이라고 말하기 난감하였기 때문입니다.
과연 ‘인간 생명’에 대한 하느님의 뜻은 무엇인가? 또한 인간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 그동안 묻어두었던 ‘생명’에 관한 고민을 풀기 위해 교구 사회복음화국에서 주관하는 생명학교 ‘몸신학’ 강의를 듣고 약 2년간 ‘몸신학’(성 요한 바오로 2세 「하느님 계획안에 있는 인간사랑Ⅰ·Ⅱ」 2016.) 독서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크게 울림으로 남은 것이 있습니다. ‘저 자신이 하느님의 소중한 선물’이라는 사실은 물론, 제가 지금 만나는 사람 또한 그러한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저는 남존여비가 심한 가부장적인 대가족의 3남 3녀 중 둘째 딸이었기에, 저의 존재감은 울며 떼를 쓸 때 외에는 찾기 어려웠고 애써 찾아보려고도 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많은 집안일과 젖먹이 어린 동생까지 돌봐야 하는 종갓집 맏며느리였던 어머니를 마주 대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친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할머니를 따라 성당에 다니면서 막연하게나마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제가 ‘하느님의 소중한 선물’이라는 이 엄청난 ‘앎’은 제 삶의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이는 또한 사람들 가운데 계시며 제게 선물로 오신 주님처럼 ‘저를 선물로 내어 주는 삶’으로의 부르심이라는 것도 ‘몸신학’을 통해 깊이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어지는 은총의 가르침들은 이 ‘앎’의 실천이야말로 절대 부끄럽지 않게 사는 복된 생명의 길이라는 것을 넌지시 전해주었습니다.
참으로 ‘몸신학’으로 인해 모든 것은 은총의 선물로 다가왔고, ‘선물’인 저를 저보다 더 귀하게 받아 안을 ‘사람이 되신 주님’을 만날 수 있었기에 그 사랑 안에서 제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점점 더 선명해지는 행복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인격의 인간은 이 땅에서 ‘하느님께서 그 자체로 사랑하시는 유일한 피조물’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어 주는 선물을 통해서가 아니면 어디서도 자신을 온전히 되찾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욕망은 선물의 관계를 전유의 관계로 변질시키는 것입니다.”(‘몸신학’ 제32과 4항, 6항 참조)
박영숙 마르타
제2대리구 명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