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4월 14일 오전 10시 제2대리구 대학동성당에서는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다음날인 4월 15일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는 기억식 행사가 열렸다.
교구 추모미사
교구 생명센터(원장 조원기 베드로 신부) 주관으로 거행된 미사는 희생자 304명 수만큼 만들어진 노란색 종이배가 좌석에 놓인 가운데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자리가 됐다.
사회복음화국장 김창해(요한 세례자) 신부가 주례한 미사는 사회복음화국 및 안산지구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다. 이 자리에는 고(故) 김건우(요한 세례자)·최덕하(요한)·박혜선(체칠리아) 학생 부모 등 유가족도 함께했다.
김창해 신부는 강론에서 “깊은 바닷가 속에 묻힌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이유는 어린 생명들이 언제든 버려져도 괜찮은 그런 나라가 아니라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켜주는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김 신부는 “그런 나라가 될 때까지 눈물을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라며 “그 이유는 더더욱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이고, 아직 우리에게 힘이 있기 때문에 명이 다하고 양심이 소진될 때까지 진실이 밝혀지는 날까지 깊은 사랑의 연대를 가지고 함께 외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가 길을 잃으면 방황하고 절망스럽지만, 또 다른 새로운 길로 이어지는 길목을 만나고 또 다른 기억과 기회를 만드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무너져 내리는 좌절의 순간에도 희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인 김 신부는 “그래서 오늘 다시 시작이라는 걸 다짐하고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걸어가면서 처음 약속대로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이날 성당 좌석마다 놓인 노란 종이배에는 각각 네 명씩 희생자 이름이 새겨졌다. 미사 참례를 마친 신자들은 성당에 놓였던 노란 종이배를 가지고 돌아가며 희생자들을 위해 매일 기억하고 기도할 것을 다짐했다.
한 참석자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월호는 여전히 가슴을 짓누르는 아픔”이라며 “미사를 통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고 종이배에 담긴 이름을 보며 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미사 후 김창해 신부를 비롯한 사제단과 유가족은 대학동성당 카페에서 만남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유가족들은 “기억하고 함께 미사를 봉헌해 주신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고 “잊히는 게 가혹하고 이제는 그만 잊으라는 말도 너무 힘들다”며 아픈 심정도 전했다.
수원가톨릭대학교 기억식
4월 15일 수원가톨릭대학교(총장 박찬호 필립보 신부, 이하 수원가대) 대성당에서 봉헌된 아침 미사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기억식이 마련됐다. 수원가대에는 팽목항 십자가와 교구 예비신학생이었던 고(故) 박성호(임마누엘)군을 기리는 임마누엘 경당이 보존돼 있다.
이날 미사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을 위해 거행됐으며 영성체 후에는 세월호 사건 개요, 희생자들과 희생자 유가족을 잊지 않아야 할 이유가 발표됐다. 이후에는 분향으로 마무리됐다.
유가족들이 겪고 있는 아픔에 함께하기 위해 매년 기억식을 준비하고 있는 수원가대는 올해 기억식을 ‘아직 종결되지 않은 일이기에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의미를 뒀다. 아울러 유가족들이 겪는 힘든 상황에 공감하며, 신앙인으로서 그들 고통에 침묵하지 않고 또 신학생으로서 앞장서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기억식’이라는 명칭은 유가족 의견에 따른 것이다. 유족들은 “추모식보다 기억식이라는 이름이 더 좋겠다”는 의견을 학교 측에 전했고, 수원가대는 유가족들이 겪는 아픔에 함께하는 뜻으로 매년 기억식을 마련하고 있다.
학부 4학년 이병화(베드로) 신학생은 “희생자들이 같은 나이 친구들이기에 눈물이 흘렀다”며 “이제 막 꿈을 꿀 나이지만, 기회조차 없이 사라져 간 친구들을 생각하며 세월호 참사를 다시 한번 기억할 수 있었고 유가족 심정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억식 후 4월 17일부터는 일주일 동안 교내 하상관에 세월호 부스를 설치하고 기도 안에서 기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수원가대의 세월호 참사 기억은 그리스도를 닮은 사제 양성이 목표인 학교로서,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 고통에 침묵하지 않으시고 함께 하셨듯이 사회 고통에도 앞장서는 취지로 시선을 끈다.
행사를 준비한 학부 4학년 문승균(마르티노) 신학생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신학생들 노력이 그리스도를 닮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마땅히 앞장서는 모습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며 “잘못과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고통받는 이들과 공감하는 것이 먼저라는 점에서 우리가 앞장서서 다가가고 싶다”고 밝혔다. 또 “신학교 기억식이 하나의 작은 불씨가 되어 많은 그리스도 신자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한편 참사 진위 조사에도 힘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