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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불법 체류자라는 주홍글씨 / 박결 마티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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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이주민 관련 사건을 접하게 됐습니다. 태국 가수의 내한 공연장에 경찰이 급습해 미등록 이주민, 이른바 불법 체류자를 검거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허가된 사업장을 벗어나거나, 허가된 체류 기간을 넘긴 이주민을 흔히 ‘불법 체류자’라고 부릅니다. 이들이 출입국관리법상의 체류 기간을 어기긴 했지만, ‘불법 체류자’라는 말은 그의 노동이나 삶이 불법인 것처럼 낙인을 찍어버립니다.

그래서 이주민의 인권을 무시하는 ‘불법 체류자’라는 표현은 옳지 못하고, 단지 출입국관리법상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의 ‘미등록 이주민’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습니다. 혐오를 부추기는 ‘불법 체류자’라는 용어 대신 미등록 이주민이나 무자격 체류자로 불러야 합니다.

불법 체류자라는 낙인 효과는 상상 이상입니다. 많은 이들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에 대한 분노를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향해 표출하는데, 미등록 이주민들이 그 표적이 됩니다. 최근 뉴스에서 화제였던, 청소년이 미등록 이주민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청소년들에게 폭행을 당해도 하소연도 못하고 출입국사무소에 구금됩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미등록 이주민을 찾아 신고하며 이를 마치 놀이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미등록 이주민이 되는 이유는 다양하고 안타까운 경우들이 많습니다.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임금을 받게 되는데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제대로 못 받고 임금체불 소송을 하는 중 비자가 만료돼 출국하거나 미등록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외국인 노동자 도입 정책인 고용 허가제는 이주민의 장기 체류와 사업장 변경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주 근로자들이 고용주의 부당한 대우로부터 벗어나거나 체류 연장을 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불법 체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일부 사업주들은 제도를 악용해, 불법 체류라는 약점을 담보 삼아 이들을 값싼 근로자로 고용해 왔습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다양한 이유로 미등록 이주민이 됩니다.

미등록 이주민들에 대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그들이 이미 많은 노동 현장에서 뛰고 있으며 그들이 없다면 많은 기업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한국 사회는 치명적 피해를 입게 될 거라는 점입니다. 이미 우리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만 그 존재가 불법이라는 이유로 상처를 받지 않게끔 보호해줘야 합니다.

물론 미등록 이주민 문제는 인권, 임금, 산업재해 등을 비롯해 국가 간의 정치적 문제 등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인 것은 분명합니다. 오래 걸리더라도 적어도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상처를 줄 자격은 어디에도 없고 그들도 우리와 같은 형제자매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박결 마티아 신부
시흥시외국인복지센터 센터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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