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회사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그리고 회사와 집 사이에는 내가 다니는 성당이 있다. 그럼에도 성당을 지나쳐 약속장소를 가야할 때에도 굳이 성당 앞으로 지나가기보다는 더 빠른 길로 후다닥 지나갔었다.
그런데 왜인지 자취를 시작하고부터는, 굳이 오래 걸려도 성당 앞으로 지나가게 된다. 그리고 성당 앞에 한결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계시는 성모님을 마주하게 된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당을 지나는 길에 성모님께 인사드리는 게 왜인지 모르게 민망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뭐라고 생각할 지 신경 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 저 멀리 보이는 성모님이 참 반가웠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성모님께 다가갔고, 반가운 마음을 담아 성호를 긋고 성모님께 인사한 뒤 성모님과 아이콘택트를 한 번 하고 회사로 향했다. 반갑지 않던 출근길이 왜인지 설레었던 날이었다.
그날부터 성모님과 아침, 저녁인사를 나누는 것은 나의 루틴이 됐다. 인사만 나누는 게 아니라 성모님께 나의 아침 이야기를, 그리고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어느샌가부터는 성모님은 물론 하느님께도 나의 하루에 대한 감사함을 나누게 됐다.
“성모님, 하느님! 저 오늘 늦잠 안 잤어요! 너무 뿌듯하네요!”
“저 오늘 하루 동안 완전 열심히 일했어요! 그리고 칭찬도 받았어요! 이런 하루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마치 꼬맹이 자녀가 어린이집에 다녀와 부모에게 쫑알쫑알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싶다.
감사할 줄 아는 것, 이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참 큰 복인 것 같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순간 내 마음속에는 긍정의 힘이 솟구친다. 세상의 모든 부정적인 힘을 이겨낼 수 있을 만한 힘이 생겨난다.
감사의 마음은 곧이어 나눔의 마음이 되기도 한다. 내가 받은 만큼 이웃에게 베풀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겨나고 그 힘으로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기꺼이 내가 가진 것을 내어줄 수 있게 된다.
세상엔 많은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들이 감사함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감사함이 가진 긍정의 힘을, 사랑의 힘을, 나눔의 힘을 마음 깊은 곳으로 느끼고, 또 그 힘을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뼈가 시릴 정도로 추운 이 겨울의 매서운 바람도 조금은 따뜻하게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올 겨울은 모두에게 그렇게 따뜻함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안은혜 미카엘라
제1대리구 매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