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윤리’를 화두로 ‘인간 정체성과 인권’ 문제를 성찰하기 위한 전시가 펼쳐지고 있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야고보 신부)은 올해 하반기 특별 기획전 ‘인공윤리(人工倫理)-인간의 길에 다시 서다’를 12월 4일 개막했다. 이번 기획전은 인공 지능과 로봇 기술로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인간 정체성과 인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을 고찰하기 위해 마련됐다.
내년 2월 1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기획전에서는 현대 미술 작가 12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마다 영상, 설치, 사운드, 회화, 조각 등 소재와 방식은 다양하지만, ‘인간 정체성과 인권’에 대한 성찰이라는 공통 주제 의식을 갖고 있다.
‘인간의 대화 1’, ‘흐려진 약속’, ‘미래 열병’(Future Fever), ‘어머니의 신경망’ 등을 만날 수 있고, 오늘날 인간학적 윤리 기준을 제시하는 자료이자 인간 정체성과 인권에 대한 성찰 역사가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님을 보여 주는 세계인권선언(1948)과 인공지능(AI) 윤리를 위한 로마 선언(2020) 등도 접할 수 있다.
전시명 ‘인공윤리’는 다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윤리’라는 뜻과 ‘인간을 지배하는 윤리’라는 뜻이 얽혀 있는 불완전 조합어로, 김영호(베다) 예술 감독은 “부제 ‘인간의 길에 다시 서다’는 혼돈의 현실 속에서도 인간이 걸어야 할 본연의 길을 함께 모색하자는 전시의 기본 취지를 담아낸다”고 설명한다.
원종현 신부는 “기술 개발과 그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조차 인간은 변함없이 자신이 지닌 생명의 가치와 인격의 존엄함을 위해 깨어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전시는 대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간의 길’이라는 무겁지만, 마주할 수밖에 없는 주제에 대해 사유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개막식 축사에서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는 기술 발전으로 ‘익숙해진 편안함’ 안에 지내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늘 불안하고 초조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싶다”며 “모든 것이 변해 가는 시대를 살면서도 잊지 않아야 하는 고유한 가치는 하느님 모습을 닮은 존재, ‘인간’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