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16년 영화로도 제작된 영화 ‘사일런스’.
에도 시대 일본에서 벌어진 박해와 신앙 이야기를 다룬 영화죠.
이 영화의 원작은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입니다.
오늘은 일본 현대 문학 그리고 가톨릭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엔도 슈사쿠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힘 기자가 엔도 슈사쿠 전문가 이평춘 교수를 만났습니다.
[VCR] “페레이라 신부와는 연을 끊었네. 사람들 앞에서 주님을 비난하고 믿음을 저버렸다더군. 그럴리 없습니다. 목숨을 걸고 일본으로 선교를 가신 분입니다.”
[기자] 2017년 한국에서도 개봉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사일런스’의 한 장면입니다.
원작은 1966년 발표된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
일본은 16세기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에 의해 복음이 전해진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소설 「침묵」은 에도 시대 박해시기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다 끝내 배교할 수밖에 없었던 선교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일본 가톨릭교회의 복음화율은 1 정도로 높지 않지만, 신심이 깊은 것이 특징입니다.
100년 전 3월 27일 도쿄에서 출생한 엔도 슈사쿠는 12살 때 이모의 인도로 세례를 받은 신앙인입니다.
세례명은 ‘바오로’.
문학을 공부하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가톨릭 신자였던 덕분에 그리스도교에 관한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지금은 일본 교회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톨릭 문학의 대부로 불립니다.
그의 신앙 소설은 대표작 「침묵」 이외에도 「예수의 생애」, 「그리스도의 탄생」, 「내가 버린 여자」, 「사해의 언저리」 등이 있습니다.
엔도 슈사쿠는 2차 대전과 일본의 패망을 몸소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전쟁고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함께 전쟁의 페해, 특히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한국인들에겐 작품으로만 알려져 소설의 내용처럼 무척 진지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유머러스하고 독특한 면모도 있었습니다.
<이평춘 베로니카 / 엔도 슈사쿠 전문가, 번역가>
"보통 우리가 극단에 가입을 한다면 노래를 잘한다든가 아니면 예술성이 있다든가 그런 사람들이 가입을 해서 공연을 하잖아요? / 근데 오히려 이 키자(극단 이름)는 음치들만 가입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이 음치들이 모여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곳 그런 어떤 특이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엔도 슈사쿠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일본 교회에선 미사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행사가 한창입니다.
100주년 추모 미사는 오늘 봉헌됐고, 엔도 슈사쿠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오페라와 연극, 전시회, 세미나 등이 올 한 해 펼쳐집니다.
모든 대상을 신으로 여기는 범신론적 특징을 가진 일본의 독특한 문화 때문에 복음화율이 낮은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엔도 슈사쿠.
엔도 슈사쿠의 신앙 소설을 발간 순서대로 읽다보면 그의 신앙적 물음과 고민이 어떻게 진화했는가 살피는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CPBC 이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