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 지금보다 귀하게 여겨지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를 소개할 때 자랑할 수 있는 영역이 되었으면 하고요. 그러기 위해 저도 깊은 울림을 주는 국악인이 되고자 합니다.”

청년 국악인 김태형(대건 안드레아·29)씨가 부는 피리는 ‘소리에 감긴다’는 느낌을 줄 만큼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태평소는 강렬하고 웅장해 ‘소리를 뿜어낸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김씨는 국악 밴드 AUX에서 태평소를 연주하고 있다. AUX는 JTBC ‘풍류대장’에 출연해 3위를 차지, 전국투어를 하며 국악의 매력을 널리 알렸다. 개인적으로도 수많은 큰 무대에 오르는 젊은 예인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국악에 매료돼 국악인의 길을 걷게 됐다. 전공은 피리. 피리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를 수석 입학 했을 만큼 오랜 시간 피리를 분신처럼 여겨왔다. 그는 “피리는 작은데도 소리를 크게 낼 수 있고, 사람의 목소리를 많이 닮은 악기라 매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생황과 태평소도 연주한다. “태평소는 소리에 힘이 있어서 눈길을 끌죠. 생황은 국악기 중 유일한 화성 악기라 듣기에 편안한 매력이 있고요. 세 악기를 다루면 더 많은 무대에 설 수도 있고, 다양한 관점에서 음악을 바라보게 해줘서 모두 소중해요.”

그는 바쁜 시기를 보내면서도 올해까지 본당 초등부주일학교 교사를 해왔고, 신앙에 의지하며 예술가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 “연주자로서 가끔 벽을 만나게 돼요. 실력이 정체되면 힘들기도 하고요. 그럴 때 아무도 없는 성당에 가서 기도하면 걱정이 옅어지는 감사한 체험을 해요.”

김씨는 여러 큰 무대에서 태평소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하고, 본당인 서울 포이동성당에서는 중요 행사 때 연주 봉사를 하며 국악기로 듣는 성가의 아름다움도 전하고 있다. “성당에서 하는 연주는 더 깊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에요. 하느님께 마음을 올리는 곡이다보니 더 정성껏 연주하게 되고요. 신자분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들어주셔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는 “나이가 들수록 연주에 대한 가치관이나 음악적인 견해가 굳어지기 쉬운데 그런 딱딱함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것도 기도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악기를 사랑하는 청년으로서 교회 안에서 이루고 싶은 꿈도 있다. “연주 봉사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이든 기쁘게 하고 싶어요. 언젠가 국악 성가 연주대도 만들어 보고 싶고요. 전문 국악인들이 미사에서 성가 반주를 한다면 신자분들께 국악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그 한가운데서 좋은 쓰임이 되며, 하느님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성가를 연주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